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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탄 타타 명예회장 |
아마르티아 센은 아시아인 가운데 처음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세계적 경제학자다. 그는 올해 초 인도의 날란다 대학 총장직을 연임하지 않겠다며 나렌드라 모디 정부를 비판했다.
날란다 대학은 지난해 인도에 설립된 대학이다. 지난 1월 이 대학 이사회는 센이 총장직을 연임하는 데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센은 오는 7월 총장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센은 대학 이사회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인도학계는 정부를 비판하는 데 매우 취약하다”면서 “모디 총리가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정부가 (대학총장 결정) 관여하는 것은 균형잡힌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센이 총장 연임을 거절한 것은 모디 정부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그는 “굶주림과 빈곤은 생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분배의 탓”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경제학계의 양심으로 불린다.
센은 빈곤해소에 초점을 맞춘 경제학의 틀을 완성한 공로로 199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 '왕자와 거지'의 나라 인도, 신자유주의의 그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한 뒤 인도의 국부는 꾸준히 늘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인도의 외환보유액은 3404억 달러에 이른다. 러시아의 3563억 달러, 브라질의 3540억 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인도 중앙은행은 미국 달러를 열심히 사들였다. 루피의 강세를 막기 위한 것이다. 또 모디 정부의 적극적 외국인 투자유치 노력도 외환보유액 증가에 한몫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인도의 주식과 채권을 사들이며 ‘모디노믹스’에 화답했다.
국부 자체는 늘었으나 인도사회의 빈부격차는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도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왕자와 거지’의 나라다.
모디는 차를 파는 노점상의 아들 출신으로 국가 수장에 올랐다. 집권여당 후보인 국민의회당의 라훌 간디 후보와 맞선 지난해 인도 총선은 해외언론에서 왕자와 거지의 대결로 표현되기도 했다.
모디 총리는 ‘거지’ 출신답게 이른바 ‘불가촉천민’을 없애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간디는 불가촉천민을 없애려 노력했지만 우리는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금융불가촉천민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모디 정부는 가구마다 은행계좌 개설에 현금을 지원하는 등 국민재산 증진정책을 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도의 빈부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부자연구소인 후룬리포트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억만장자는 97명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27명이 늘었다. 이들의 자산가치를 합치면 2660억 달러에 이른다.
2014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던 아룬다티 로이는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라는 책에서 신자유주의식 경제발전에 따른 인도사회의 그늘을 신랄하게 고발했다.
그는 인도 최대부자인 무케시 암바니가 하루 동안 수백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동안 델리의 한 구석에서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경제성장의 중심도시 뭄바이는 화려한 고층빌딩이 즐비한 금융지구가 있는 곳이지만 그 이면에 거대한 슬럼가가 자리하고 있다. ‘다라비’라고 불리는 슬럼가만 해도 2천㎢가 조금 넘는 공간에 7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몰려 있어 아시아 최대의 슬럼으로 꼽힌다.
인도에서 슬럼가 거주민은 9300만 명으로 전체 도시인구의 26%에 이른다. 뭄바이만 해도 시민 가운데 40∼60%가 슬럼가에서 살고 있으며 이 인구는 2017년이면 1억400만 명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지역도 이에 못지 않다. 하루 2달러로 근근이 살아가는 빈곤층이 절대다수인 것은 물론 평생 직업을 한 번도 가져보지 않은 만성 실업자들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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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경제성장의 중심 도시 뭄바이. 화려한 고층빌딩이 즐비한 금융지구 뒤쪽에 아시아 최대의 거대 슬럼가가 자리하고 있다. |
◆ 재벌들의 천국, 타타그룹은 어떻게 사랑받는 국민기업이 됐나
세계 최대의 빈부격차국 오명을 안고 있는 인도는 재벌들에게 천국이다. 인도의 세법에 상속세와 증여세가 아예 없다.
재벌들은 과거 영국 식민지시절부터 막대한 부를 축적하기 시작해 자녀들에게 단 한푼의 상속세도 내지 않고 기업들을 통째로 물려주곤 했다.
인도 최대의 재벌가문은 릴라이언스그룹과 타타그룹이 꼽힌다.
릴라이언스그룹은 석유화학 재벌로 회장인 무케시 암바니는 지난해 3월 기준 186억 달러를 보유한 인도 제일의 갑부다.
그는 금융도시인 인도 뭄바이에 27층 규모의 10억 달러짜리 초호화저택에서 살고 있다. 아내에게 생일 선물로 5200만 달러짜리 전용 비행기를 사주는 등 해외토픽에 끊임없이 오르는 인물이다.
타타그룹도 140년이나 된 전통적 재벌 가문이다. 타타그룹은 식민지에서 벗어난 인도정부의 사회주의 경제체제 아래 급성장했다. 철강ㆍ자동차ㆍ금융ㆍ유통ㆍ호텔ㆍ정보기술(IT) 등 7개 분야에 11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시가총액 기준 인도 최대기업이다.
타타스틸은 2006년 영국ㆍ네덜란드 합병 철강사 코러스(Corus)를 인수했고 2008년 영국의 자존심인 고급자동차 재규어ㆍ랜드로버를 사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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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그룹 회장의 초호화주택 |
그는 혁신적인 경영과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글로벌 인수합병에 나서 타타그룹의 최전성기를 이끌어냈다.
2004년 대우차를 인수해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졌다. 라탄 회장이 2000년부터 10년간 사들인 해외기업만 해도 20여개에 이른다. 라탄 회장은 경영자로서 뛰어난 능력을 지녔지만 그의 진면목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데서 빛을 발한다.
타타그룹은 막대한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타타선즈(Tata Sons) 지분의 3분의 2는 타타가문의 자손들이 설립한 자선재단이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복지와 환경, 교육사업에 막대한 돈을 기부하는 것이다.
라탄 회장은 2009년 200만 원대의 최저가 자동차 ‘나노’를 출시해 세계 자동차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오토바이 한 대에 4인 가족이 매달려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고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저렴한 자동차를 만든 것이다.
라탄 회장은 집에서 혼자 독서하고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이나 즐길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다. 대신 매년 '가장 존경받는 리더'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라탄 회장은 75세가 되면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고 2012년 그 약속을 지켰다. 현재 타타그룹은 사이러스 미스트리 회장이 이끌고 있으며 라탄 회장은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