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이 1분기 실적에서 해외사업의 일회성 비용에 발목을 잡혔는데 2분기 이후에도 해외사업의 위험요인으로 실적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2015년처럼 대규모 영업손실을 볼 정도의 대규모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해외사업 위험 안고 있어도 대규모 손실은 없다

▲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현재 진행 중인 해외사업 관련 건별 소송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과거 경험을 교훈삼아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보수적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5일 “삼성물산은 1분기에 호주 로이힐사업과 아랍에미리트 원전사업 중재소송 패소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약 700억 원 발생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며 “중요한 시기에 시장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냈다”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반영해 삼성물산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적게는 5%부터 많게는 14%까지 낮춰 잡았다.

삼성물산 주가는 25일 전날보다 4.98%(5500원) 내린 10만5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물산 주가가 하루에 4% 넘게 하락한 채 장을 마친 것은 2018년 11월22일 이후 5개월 만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애초 다른 대형 건설사와 달리 1분기 영업이익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해외사업에 발목이 잡히며 오히려 1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문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여전히 해외사업의 일회성 비용으로 실적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삼성물산은 1분기 일회성 비용을 유발한 호주 로이힐 광산사업과 아랍에미리트 원전사업을 제외하고도 해외사업에서 대규모의 중재절차나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18년 말 기준 호주 로이힐 광산사업, 아랍에미리트 원전사업 관련 소송을 빼고도 호주, 카타르, 싱가포르 등에서 9천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비용보상, 공사대금청구 소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제소한 소송 규모는 5천억 원, 삼성물산이 피소된 소송 규모는 4천억 원에 이른다. 피소된 소송뿐 아니라 제소한 소송에서 패소해도 비용이 발생해 실적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카타르에서 중동지역 산업장비업체인 EMDAD와 진행하고 있는 300억 원 규모의 공사대금 청구 중재절차는 5월 말 결과가 나오는 만큼 당장 2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물산은 이미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호주 도로 프로젝트, 홍콩 지하철 프로젝트 등 해외사업 현장의 공기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 가능성을 들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상반기 해외사업 관련 비용으로 연간 영업이익률이 1년 전보다 1.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며 “1분기 충당금은 일회성이라 하더라도 2분기 또한 일부 해외사업이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고 바라봤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그동안 해외사업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을 딛고 2018년 8천억 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는데 또 다시 해외사업이 실적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다만 과거처럼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5년 호주 로이힐 광산사업에서 8500억 원 규모의 일회성 비용을 인식하며 297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그 뒤 최대한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보수적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 해외사업 위험 안고 있어도 대규모 손실은 없다

▲ 삼성물산이 2011년 아랍에미리트에 준공한 복합화력발전소. <삼성물산>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해외사업 소송들도 대부분 100억~300억 원대로 건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중재나 소송 결과에 따라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이전처럼 수천억 원의 일회성 비용을 인식할 가능성은 낮다.

중재나 소송 결과에 따라 충당금이 발생하더라도 이후 최종 소송 결과에 따라 충당금이 환입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물산은 호주 로이힐 광산 개발사업과 관련해 3월1일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로부터 스페인 건설업체 듀로펠게라(Duro Felguera)에 1천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은 뒤 충당금을 인식했는데 현재 일부 비용은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보고 중재판정 취소소송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과거 수주해 상대적으로 위험성 높은 해외사업 현장은 대부분 끝이 났다”며 “해외사업은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선별적으로 해외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예전처럼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역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하반기부터 실적 회복을 본격화하며 올해 영업이익 5천억 원 이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오진원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좋은 실적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건설부문은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발표로 중장기적 수주 확대도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9년에 매출 11조6천억 원, 영업이익 621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2018년보다 매출은 4%, 영업이익은 20% 줄어드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