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미국 등 주요국 증시와 달리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더욱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글로벌 경기흐름과 다른 방향성을 보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증시 '고공행진'에도 한국증시만 나홀로 지지부진한 이유

▲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일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4월에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성장률 부진 및 주요 상장기업의 ‘어닝쇼크’ 등에 영향을 받아 조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는 미국 증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23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지난해 9월20일 이후 7개월여 만에,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8월29일 이후 8개월여 만에 사상 최고치를 각각 다시 썼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2만6656.39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2만6951.81)에 바짝 다가섰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위험자산을 향한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아시아 증시도 4월에 대체로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9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토픽스지수도 15일에 각각 최고치를 다시 썼다.

그러나 국내 증시는 코스피지수가 2200선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디커플링(탈동조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디커플링이란 국가와 국가, 또는 한 국가와 세계의 경기 등이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 반대흐름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졌지만 한국 증시는 이들에게 매력적 투자처가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1분기 상장기업의 실적시즌을 거치면서 ‘경제침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어 국내증시는 글로벌 증시와 괴리를 쉽게 좁히지 못한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은 '–0.4%'로 뒷걸음질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가장 크게 후퇴했다. 소비부터 정부지출, 투자, 수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부진했다.

정부는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되자 5월부터 6조7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준비하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LG디스플레이 등 굵직한 상장기업들도 연이어 어닝쇼크 수준의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내놓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를 더욱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2019년 상장기업의 예상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0% 정도 줄어든 160조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이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며 “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라 2년 동안 크게 늘어났던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순간적으로 쪼그라들어 2016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봤다.

최근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140원을 넘어 1150원대에 근접한 점도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수출이 글로벌 반도체 수요 둔화에 영향을 받아 부진하자 원화가치가 점차 떨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외국인투자자의 매수세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하인화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사상 최고치 돌파 흐름이 국내 증시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국내 증시의 상승흐름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이른 시점인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