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는 그동안 렉스턴스포츠 브랜드로 픽업트럭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왔는데 경쟁 차량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 쌍용자동차의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 칸’.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의 독무대로 꼽히던 국내 픽업트럭시장에 올해와 내년 신차가 쏟아진다.
가장 먼저 한국GM 쉐보레가 올해 가을에 미국에서 호평받은 콜로라도를 출시한다. 쉐보레는 픽업트럭 생산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다.
수입차 포드는 내년 초쯤 레인저를 내놓을 예정이고 SUV 전문 브랜드인 지프도 브랜드를 상징하는 랭글러 모델을 기반으로 한 글래디에이터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도 201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산타크루즈를 기반으로 2020년에 북미시장과 국내시장을 공략할 픽업트럭 양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국내 픽업트럭시장에서 사실상 경쟁 차량 없이 렉스턴스포츠와 렉스턴스포츠 칸으로 독보적 입지를 다져올 수 있었던 만큼 쌍용차는 잇따른 신차 출현에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에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는 만큼 이전과 달리 픽업트럭 수요를 ‘독점’하는 게 사실상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앞으로 맞닥뜨릴 경쟁 차량들이 쌍용차의 렉스턴스포츠 브랜드와 차별화한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쌍용차의 수성전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국GM은 콜로라도가 픽업트럭 본래의 장점을 살려 뛰어난 견인 성능과 엔진 출력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한다. 디젤엔진만 채용한 렉스턴 스포츠 브랜드와 달리 가솔린모델도 함께 출시돼 가솔린엔진을 선호하는 고객을 빼앗길 우려도 있다.
포드 레인저와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 정체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들은 가성비를 앞세운 렉스턴 스포츠 브랜드와 달리 프리미엄 수요에 적합한 모델로 쌍용차가 대응할 수 없었던 수요층을 공략할 수 있다.
게다가 쉐보레 콜로라도와 포드 레인저는 이미 북미에서 높은 수요를 확인한 만큼 쌍용차에 더욱 위협적이다.
쌍용차는 올해 흑자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그동안 실적 견인의 중심축을 맡아온 렉스턴스포츠 브랜드 판매량이 줄어들면 목표를 이루는 데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렉스턴스포츠 브랜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8% 증가하면서 쌍용차 모델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렉스턴스포츠 브랜드는 올해 1~3월 국내에서만 모두 1만1804대가 팔렸다.
쌍용차는 아직 경쟁차가 눈앞에 등장하지 않은 만큼 대응책 마련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파악된다. 애초에 잠재적 경쟁모델을 염두에 뒀던 만큼 우선 경쟁차량을 놓고 정확한 분석을 하기로 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당초 잠재적 경쟁 모델의 등장을 염두에 두고 렉스턴 스포츠 브랜드를 개발한 만큼 경쟁 차량이 어떤 성능과 경쟁력을 갖출지 시간을 들여 살펴본 뒤에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소형 SUV시장에서 티볼리가 현대자동차 코나의 등장으로 입지를 위협받던 때 꾸준한 상품성 개선으로 1위를 재탈환하는 데 성과를 낸 만큼 같은 전략을 렉스턴스포츠 브랜드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2017년 티볼리가 독주하던 소형 SUV시장에 현대차 코나와 기아차 스토닉이 등장하자 쌍용차는 곧바로 디자인과 상품성을 개선한 티볼리 아머를 출시했다. 그동안 티볼리가 여성 소비자에 인기가 높았던 만큼 과감한 범퍼 디자인으로 차량에 강인한 인상을 더해 남성 소비자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것이다.
쌍용차의 렉스턴스포츠 브랜드 판매량은 지난해 국내 픽업트럭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픽업트럭은 4만2021대인데 이 가운데 렉스턴스포츠 브랜드 판매량이 4만1717대였다.
국내 픽업트럭시장 규모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7년 픽업트럭 판매량은 모두 2만2912대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