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출신인 오상기 현대바이오 대표이사가 ‘췌장암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췌장암은 아직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현대바이오가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기업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늘Who] 오상기, 현대바이오 췌장암 치료제 개발 궤도에 올려

▲ 오상기 현대바이오 대표이사.


1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기업 가운데 최근 현대바이오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가장 크게 받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현대바이오는 2000년 현대전자의 디스플레이사업부문이 분사해 설립한 기업으로 피부용 비타민C 신물질인 ‘비타브리드’를 원료로 한 바이오화장품 등을 제조하는 곳이다.

현대바이오는 2018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18억6천만 원, 영업이익 15억8천만 원을 냈다. 2017년보다 매출은 0.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8.1% 증가했다.

2012년 화학제품 도매업체인 씨앤팜에 인수된 뒤 오상기 대표 아래서 본격적으로 바이오사업을 하고 있다.

오 대표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해 사법시험(26회)과 미국 뉴욕주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인물로 2013년 현대바이오 대표에 선임돼 회사를 이끌고 있다. 변호사 출신이 바이오기업을 이끌고 있는 것은 업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현대바이오가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췌장암 치료제 ‘폴리탁셀’ 덕분이다.

현대바이오와 모회사인 씨앤팜은 3월20일 무고통 췌장암 신약 폴리탁셀을 췌장암 동물에 투여한 결과 체중 감소 없이 암 조직이 완전 사멸 수준까지 감소되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폴릭탁셀의 동물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췌장암 동물실험 결과는 암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현대바이오는 췌장암 본임상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췌장암 치료제 개발 소식에 현대바이오 시가총액은 3월19일 1930억 원에서 4월15일 종가기준으로 4405억 원까지 치솟았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기업가치가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현대바이오의 폴리탁셀를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췌장암은 치료가 굉장히 어렵고 까다로운 암이어서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췌장암은 초기증상이 거의 없고 췌장이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어 상대적으로 조기에 발견하기가 어렵다. 또 항암제, 방사선 치료와 같은 일반적 항암치료가 잘 듣지 않아 사망률이 매우 높다.

췌장암은 환자의 95%가 5년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폐암 환자의 생존율이 20%, 간암 환자의 생존률이 30%인 것과 비료하면 매우 높은 사망 수치다. 매년 약 20만 명이 췌장암으로 목숨을 잃고 있고 췌장암 치료제시장은 약 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대표적 췌장암 치료제로 쓰이는 ‘아브락산’은 실제 암 환자에게 투여되는 용량이 최대 무독성 용량한도의 40배를 넘는다.

반면 폴리탁셀은 비록 동물임상이지만 암치료제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알려진 체중 감소가 없어 무독성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췌장암 치료제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 대표는 췌장암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 관련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 대표는 올해 안에 미국에서 임상1상을 진행해 패스트트랙(신속허가대상)으로 상용화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스트트랙은 중증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제를 신속히 출시하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운영하는 제도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임상1상을 미국에서 할 것인지, 한국에서 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임상1상에 들어갈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지만 임상시험에 속도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