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박삼구 전 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세창 사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금호산업은 이날 긴급이사회에서 구주매각 및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하는 내용의 자구계획안을 의결했다.
산업은행이 금호산업의 자구계획안을 받아들이면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떠나게 된다.
박 전 회장의 장남이자 그룹의 후계자인 박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입성을 한 발 앞두고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2017년 기준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자산의 60%, 매출의 3분의 2,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그렇기에 아시아나항공은 그룹의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계열사로 꼽혔다. 박 사장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을 맡는 것이 사실상 그룹의 경영권 승계로 여겨졌다.
박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입사하면서 그룹에 첫 발을 들였다. 그만큼 박 사장에게도 아시아나항공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이후에는 금호타이어에서 경영수업을 계속 받다가 그룹 전략경영실, 금호산업 등 점차 그룹 경영에 책임이 있는 중요한 자리로 한 발짝씩 나아왔다.
박 사장은 2018년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면서 경영권 승계의 마지막 단계가 임박했다는 말이 나왔다. 아시아나IDT 상장과 4차산업혁명 대응 등 경영능력을 입증한 후 아시아나항공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그룹에서 떨어져나가면서 박 사장은 ‘비운의 황태자’ 처지를 면하지 못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경영을 맡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가 물려받을 그룹도 대기업집단 지위를 잃고 중견그룹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규모는 11조9천억 원이다. 여기서 아시아나항공 자산 7조1천억 원을 제외하면 그룹 자산규모는 4조8천억 원으로 대기업집단은 물론 준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인 5조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면 박 사장은 현재 대표 자리도 내려 놓아야 한다.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 등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의 별도매각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함께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수자가 요청할 때에만 별도매각을 협의할 수 있다.
박 사장은 2018년 9월 아시아나IDT 대표에 올랐다. 임기는 2021년 2월1일까지 2년 남아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IDT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매각되면 박 사장은 금호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