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3년 시한부를 조건으로 내걸고 박 전 회장 일가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채권단에 5천억 원 긴급 수혈을 요청했지만 채권단의 신뢰를 얻어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에 갈수록 힘이 실리는 상황에서 박 전 회장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위기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박 전 회장이지만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는 그 스스로 자초한 면도 커 보인다.
박 전 회장은 2009년 그룹 해체의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권을 내려놨지만 15개월 만에 다시 회장으로 복귀했다. 박 전 회장에게 ‘퇴진을 번복했다’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
이후 금호산업을 되찾으면서 그룹을 어느 정도 복구하기는 했지만 그룹을 복구하는 비용으로 '신뢰'를 지불한 것이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한정의견 사태로 박 전 회장은 또다시 그룹의 모든 법적 지위에서 물러났다. 10일 산업은행에 제출안 자구안에서는 ‘영구 퇴진’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이 자구안을 제출한 지 하루만인 11일 “박 전 회장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밝혔는데 또 3년을 달라고 하는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아들이 경영하면 뭐가 달라지는지, 달라진다고 기대할 만한지를 감안해서 채권단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박 전 회장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한 셈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도 이런 의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모여있는 오픈카톡방에서는 “3년 뒤 여론이 잠잠해지면 그때가서 다른 방법을 쓰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는 냉소적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신뢰를 잃기는 쉽지만 한 번 잃은 신뢰를 다시 얻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제출한 자구계획을 살펴보면 다시 신뢰를 얻으려는 의지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구안에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안으로 그룹 자산 매각, 비수익 노선 정리, 인력 생산성 향상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구체적 방안은 담겨있지 않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호그룹의 구체적 자산 처분방안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계획의 실효성을 두고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바라봤다.
산업은행 역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구계획에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고 박 전 회장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산업은행은 6일 기한이 만료되는 아시아나항공 재무개선 업무협약을 한 달 연장했다. 5월6일이 임시공휴일이라는 것을 살피면 5월3일까지는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 사이에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박 전 회장이 모든 것을 놓더라도 아시아나항공만이라도 살리는 길을 선택하는 것만이 마지막으로 신뢰를 얻는 길일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