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금융중심지 지정 10년을 맞았다.
일부 공공금융기관이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외형은 갖췄지만 이름에 걸맞은 내실은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2018년 3월2일 부산국제금융센터 앞에서 황소상 제막식이 열렸다. 주가상승을 의미하는 황소상은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한국거래소는 증권시장 개장 62주년을 맞아 부산금융중심지 위상을 높이고 지역 발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의미를 담아 황소상을 설치했다. |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 금융중심지 지정 10년을 맞아 민간회사와 외국계 금융회사을 비롯해 더욱 다양한 금융회사를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 남구 문현동 일대는 2009년 1월 서울 여의도와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1단계 사업인 63층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건물은 2014년 완공돼 수도권에 본사가 있던 금융공공기관을 포함해 모두 29곳이 이 건물로 들어왔다.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이전했고 기존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던 한국거래소(KRX), 신용보증기금, 농협 부산영업본부도 이 건물로 자리를 옮겨 자리를 잡았다.
이 밖에 해양금융종합센터, 캠코선박운용, KSF선박금융 지점, 한국선박금융 지점, 아시아태평양해사중개센터도 입주했다. 인근에 기술보증기금, 한국은행 부산본부, BNK부산은행 본점도 자리잡았다.
현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근무하는 인원만 3900여 명에 이른다.
2단계 사업으로 추진된 36층 건물과 49층 건물에는 업무시설과 호텔, 판매시설, 공연장, 오피스텔 등이 들어선다. 오피스텔 783실은 분양이 완료됐고 호텔은 현재 운영자를 찾고 있다. 공연장도 4일 문을 열었다.
부산으로 이전한 금융공공기관의 부산 인재 신규채용 비율은 2015년 22.6%에 그쳤으나 2018년에는 32.2%까지 증가했다. 근무하는 직원들이 부산에 정착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2015년 가족동반 부산 이주율이 20%를 밑돌았지만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한국남부발전의 가족동반 이주율은 71.8%,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가족동반 이주율은 64%를 보였다.
허허벌판이던 들판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주변 상권도 활기를 띄고 있다. 10년 동안 인근 부동산 가격도 오르면서 서울에서 내려와 정착한 금융회사 임직원은 물론 가족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민간 금융회사 본사와 외국계 금융회사 이전이 이뤄지지 않아 민간으로 낙수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사, 투자신탁사, 증권사, 보험사 등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부산의 지역 내 총생산(GRDP)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7.4%에서 2016년 6.5%로 오히려 줄었다.
지정 의도와 달리 금융공공기관 유치에만 목을 매면서 부산의 지역산업인 해양 및 선박과 관련된 금융산업 발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전한 금융공공기관들과 지역산업의 관련성이 거의 없어 사실상 장소만 부산일 뿐이지 부산에 있어야할 필요성도 없고 부산에 있어서 누릴 수 있는 효율성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세계 주요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측정하는 국제금융센터 지수도 2015년 24위권에서 지난해 46위까지 떨어졌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1월 “1~2단계 사업이 완공돼 지금은 30여 개 금융공공기관 및 금융회사가 모인 국내 최대 금융기관 중심지로 성장했지만 외형상으로 봐서 그렇다”며 “속을 보면 고립된 섬처럼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2월 부산을 찾아 “부산 금융중심지가 성공적으로 뿌리내기리 위해서는 지역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금융중심지 육성은 결코 금융분야에만 국한된 과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지역의 산업구조를 바꾸어 낼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기반이 돼야 한다”며 “경제 및 사회 전반에 걸친 인프라 구축이 면밀하게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