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임원 수시인사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임명한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의 취임이 현대차그룹 안에서 지니는 의미는 이 말고도 더 있다.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맡아 '정의선시대' 변화 만든다

▲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안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는데 김 사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 보인다.

김 사장은 1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취임식을 열고 대표이사 사장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3월27일 김 사장을 승진하며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에 내정한 지 5일 만이다.

김 사장은 2017년 2월 부사장에 올랐는데 2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대기업 집단에서 오너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부사장을 단 지 2년 만에 사장에 오르는 일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현대차그룹에서 2017년 2월 인사에서 부사장에 오른 11명 가운데 사장으로 승진한 이는 현재까지 김 사장이 유일하다.

김 사장은 전임인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대표이사에 오르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말 기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대주주가 지분 38.62%를 보유한 현대건설인 점을 고려하면 정 수석부회장이 개인 가운데 최대주주다.

증권업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자체 상장 혹은 현대건설과 합병 등을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를 높여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핵심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바라본다.

현대건설이 최근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의 로고 아래 현대건설 로고와 이름을 함께 넣기로 하면서 합병 쪽에 무게가 실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을 향한 지배력을 높이는 구조개편 과정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번 김 사장 인사를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의 변화에 우선적으로 힘을 실었을 수 있다.

실적 개선이 김창학 사장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8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4537억 원, 순이익 2791억 원을 냈다. 2017년보다 영업이익은 12%, 순이익은 13% 줄었다.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2018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오히려 실적이 후퇴했다.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높게 평가 받기 위해서는 절대적 실적뿐 아니라 경쟁사와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실적도 중요한데 현대엔지니어링은 2018년 양쪽 모두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해외사업 쪽에서 원가율이 조금 상승한 점이 실적 후퇴에 영향을 줬다”며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건설사들의 실적확대를 이끈 주택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실적을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화공플랜트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데 2018년 말 기준 해외 수주잔고가 크게 줄어든 점도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8년 말 기준 14조6천억 원 규모의 해외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19조1천억 원에서 1년 사이 24% 줄었다.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맡아 '정의선시대' 변화 만든다

▲ 새로운 힐스테이트 이미지가 활용된 아파트 외벽.


화공플랜트사업은 매출의 90% 가량을 해외에서 올리는 만큼 해외 수주 감소는 화공플랜트사업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해외사업은 기본적으로 수주와 착공 사이에 시간 차가 존재한다”며 “해외 대형 프로젝트들이 몇 개 마무리되면서 수주잔고가 줄어든 경향이 있는데 지난해 해외에서 일감을 많이 확보한 만큼 차츰 잔고를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해외에서 48억6천만 달러, 49억6천만 달러의 신규 수주를 따내 국내 건설사 해외수주 순위 1위와 2위에 올랐다.

김 사장은 1960년 생으로 고려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현대엔지니어링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화공Cost P&M실장 상무, 화공사업수행사업부장 전무, 화공플랜트사업본부장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대차그룹은 김 사장의 인사 당시 “김창학 사장은 화공플랜트·엔지니어링 전문가로 신규 사업 발굴 등과 함께 현대엔지니어링 조직혁신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김 사장은 취임식을 마친 뒤 임직원들과 만나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변화에 동참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변화를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