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원전'정책에 영향을 받아 원자력공학 전공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이공계 주요 대학들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8일 카이스트(KAIST)에 따르면 올해 원자력양자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은 1학년 학부생 총 819명 가운데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공학 전공 기피에 대학 고심, 카이스트 신입생 단 4명 그쳐

▲ 녹색원자력학생연대 거리서명운동 현장. <한국원자력학회>


원자력양자공학 전공 학생은 2015년 25명, 2016년 22명이었으나 2017년부터 급격히 줄어 2017년 9명, 2018년 5명에 그쳤다.  

대학당국은 정부의 탈원전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와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 금지 등 탈원전정책을 펼쳐 왔다.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관계자는 “원자력은 두뇌로 캐는 에너지라고 할 만큼 과학기술이 집약된 분야로 그만큼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다”며 “현 정부의 탈원전정책은 학생들에게 위험하고 어려운 원자력을 공부하지 말라고 도전정신을 꺾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세먼지나 환경오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앞으로 화학연료 사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미래 에너지는 원자력발전이 될 텐데 이를 연구할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이렇게 줄어들면 미래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신입생 32명 중 6명이 자퇴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자퇴생은 총 3명에 불과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인 2017년 3명이 자퇴했고 2018년에 6명이 자퇴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정원은 총 32명이다. 지난해는 신입생 5명 중 1명은 자퇴한 셈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관계자는 “자퇴생이 늘어난 데는 정부의 탈원전정책도 영향이 있다”며 “원자핵공학의 미래가 전문가가 아닌 정책이나 정치에 휘둘리는 게 아닌지 학생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당국도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는 신입생과 재학생, 교수진의 소통을 늘리려 한다. 카이스트도 신입생 대상 학과 설명회를 기존보다 10배 이상 늘리는 계획을 세웠지만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원자력관련학과 기피현상이 국내 원자력 기술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원자력이 위험하다면 연구를 통해 안전한 사용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원자력관련학과의 한 교수는 “원자력공학은 원자력발전 만이 아니라 핵융합을 통한 인공태양을 만드는 등 다양한 가능성이 학문적으로 열려 있다”며 “원자력의 위험을 혁신적으로 줄이겠다는 큰 뜻을 품고 연구하는 학생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자력공학 전공 재학생들은 원자력 학문 붕괴의 위험성을 호소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현재 원자력관련 전공이 개설된 대학은 경성대, 경희대, 서울대, 세종대, 유니스트, 전북대, 조선대, 중앙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한양대, 단국대, 동국대  등이다. 

이 가운데 동국대를 제외한 13개 대학 교수, 재학생 및 졸업생은 2018년 12월부터 ‘녹색원자력학생연대’를 조직했다. 이들은 탈원전정책에 반대하고 원자력 학문 붕괴를 막자는 취지의 서명운동을 벌여 현재까지 43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