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대기업집단 총수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며 반대의견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사내이사 임기가 올해 10월 끝나는데 재선임 안건이 상장되면 국민연금이 반대할지 주목된다.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주 36%의 반대로 부결됐다.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기업가치 훼손과 의결권 자문기관의 반대 권고 등을 이유로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며 외국인과 소액주주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사내이사 재선임에도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했지만 최 회장은 다수의 찬성표를 받아 사내이사를 유지했다.
일부 대기업집단 총수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놓고 국민연금의 연이은 반대의사 표명은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뒤 총수 일가의 비리 의혹 등으로 기업가치와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조양호 회장을 포함한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갑횡포'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고 횡령과 배임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분식회계와 횡령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력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도 올해 10월 삼성전자 사내이사 임기가 끝나는데 재선임이 추진되면 국민연금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된 뇌물공여와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부회장 측은 모든 혐의에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1심에서 실형을 받았고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아 석방됐다.
이 부회장 사건을 담당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항소심 판결을 받아들인다면 이 부회장은 유죄가 확정된다. 항소심 판결이 파기환송돼 다시 재판이 이어진다고 해도 이 부회장 재판 일정은 사내이사 임기 만료 이전에 끝나기가 어렵다.
이 부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되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이력이 있는 만큼 과거와 단절을 위해 이 부회장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내밀 가능성이 높다.
▲ 2019년 3월20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지원받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뇌물을 준 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청탁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지분 9.2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실형을 받은 뒤 무죄를 주장하며 삼성전자 등기이사에서 물러나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2016년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논란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을 이유로 반대를 권고한 적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