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서 현대차가 다른 카드사보다 늦게 조정안을 받아들인 카들사들에게 이른바 괘씸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기도 했다.
카드사가 수수료 인하에 속앓이를 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카드 수수료가 내리막을 걷기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10년 동안 카드 수수료는 매년 꾸준히 내려갔지만 여신금융협회는 한 번도 이를 저지하지 못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를 막기는커녕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낸 적조차 없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최근 현대차와 카드사가 열흘 넘게 갈등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여신금융협회는 계속 한 발 늦게 대처에 나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6일 먼저 카드 수수료 인상은 자동차업계에 부담이 된다고 반대입장을 발표했고 여신금융협회는 하루가 지난 7일 카드 수수료 인상은 그동안의 불합리한 부분을 바로 잡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자동차업계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지만 사실 카드업계가 처한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10년 동안 카드사들의 살림살이는 점차 악화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총자산수익률(ROA)이 낮아진 유일한 금융업권이 카드사다. 다른 요인도 영향을 미쳤지만 카드 수수료 인하가 근본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신금융협회를 향한 업계의 원성이 높다.
여신금용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덕수 회장은 민간 출신이다. 김 회장 이전까지는 대부분 기획재정부나 옛 금융감독위원회 출신의 경제관료 출신이 회장을 지냈다.
그러나 '관피아' 논란이 거세지면서 대부분 금융기관 협회장 자리가 민간 출신으로 채워졌다. 김덕수 회장 역시 이런 분위기에서 새 회장에 올랐다.
김 회장은 KB국민은행 본부장과 KB국민카드 부사장,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처음 자리에 오를 때부터 금융인으로만 일해왔기 때문에 카드업계를 대변하며 정·관계에 강한 목소리를 전달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말도 나왔다.
카드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후임으로 낙하산 논란을 무릅쓰더라도 정권과 인연이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 회장의 임기는 6월 만료된다.
그러나 카드사에게 ‘자영업자의 적’이라는 굴레가 씌어진 상황에서 누가 와도 소용없다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실제 김 회장 이전 회장을 지낸 김근수 전 회장 역시 기획재정부 경제관료 출신이지만 수수료 인하 과정에서 크게 힘을 써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등 제1금융권의 협회는 물론이고 손해보험협회나 생명보험협회 등 제2금융권의 협회와 비교해도 여신금융협회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김덕수 회장이 민간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10년을 살펴봤을 때 정권에 맞서 카드 수수료 인하를 막은 여신금융협회장은 없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