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박정호, SK텔레콤 판 다시 짜며 전략가 면모 보여주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SK텔레콤의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전략가로 통한다.

박 사장이 SK텔레콤의 미래 청사진으로 ‘초(超)ICT기업’을 내걸고 국내외를 넘나드는 인수합병과 제휴를 이어가며 전략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27일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존의 ‘ICT기업’이라는 목표에서 ‘초’라는 단어를 붙인것은 기존의 것을 확 뛰어넘는, 진화된 형태의 ICT를 뜻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ICT산업에서 '초(超)ICT'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면서 앞선 기업 이미지를 확보하고 그 수준에 걸맞는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사장에 취임한 뒤 추진하는 사업의 내용을 보면 ‘기존의 것을 뛰어넘는다’ 표현이 어울리는 게 사실이다.

박 사장은 26일 MWC 2019에서 증강현실(AR) 글래스기기의 글로벌 선도기업인 미국의 ‘매직리프’와 독점 제휴를 맺었다는 사실을 밝혀 업계에 충격을 줬다.

이르면 1~2년 안에 서비스하겠다고 밝힌 증강현실 서비스가 경쟁업체의 구상을 뛰어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5G 칩을 탑재한 증강현실 글래스가 출시되면 집에서 증강현실을 통해 TV 시청, 레스토랑 예약, 상점 쇼핑이 가능해지고 해외 박물관, 유명 쇼핑몰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실제처럼 경험할 수 있게 된다”며 “5G 이동통신 시대에는 증강현실 안경이 스마트폰, 노트북을 융합하고 또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금 과장하면 박 사장의 구상은 얼마 전 증강현실 게임을 주요한 소재로 써 인기를 끈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비슷하다. 증강현실게임 `포켓몬고`로 유명한 나이언틱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박 사장은 미디어사업의 핵심 경쟁력인 콘텐츠 확보와 판매에서도 과감한 구상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는 "SK하이닉스처럼 자본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말로 유료방송시장에서 콘텐츠 전쟁이 본격 시작됐음을 알렸다.

미디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상파3사의 플랫폼과 합병할 구상을 하고 그를 넘어서 이들과 함께 생산한 콘텐츠를 ‘한류’의 중요한 축으로 만들어 해외에 수출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를 위해 2017년부터 파트너로서 좋은 관계를 맺어 온 미국 최대 방송사 싱클레어를 끌어 들여 추진동력도 확보해뒀다. SK텔레콤은 싱클레어방송그룹과 3300만달러(약 370억원) 규모 합작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싱클레어방송그룹은 2017년 기준 미국 내 가구 단위 시청 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다. 합작회사는 방송망과 통신망의 이종결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콘텐츠를 선보이게 된다.

박 사장에게 업종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에도 망설임이 없어 보인다. 박 사장은 SM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협력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독자 콘텐츠 생산에 나설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MWC 2019에서 “국내 컨텐츠산업 안에 지금은 스튜디오드래곤, JTBC 제작소 등이 이미 있지만 궁극적으로 SK텔레콤이 만드는 오리지널 콘텐츠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을 놓고도 무조건 덩치를 불리는 데 집착하지 않고 중간에 멈출 줄 아는 점에서도 전략가의 면모가 느껴진다는 말도 듣는다. 사업의 강약을 조절해 전략을 슬기롭게 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이번 MWC에서 티브로드 말고 추가 케이블TV업체 인수를 검토하고 있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회사를 하나 더 사서 (외형을 키워) 1등을 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지금은 미디어 생태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유료방송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등 사업자가 되기 위해 딜라이브나 현대HCN 등 다른 케이블TV업체를 추가로 인수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지만 박 사장은 이를 일축했다.

티브로드와의 합병으로 의미 있는 규모를 만들어 낸 만큼 이제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이런 신념은 대표이사에 취임했을 때부터 이어진다.

박 사장은 대표이사에 오른 후 첫 행사였던 `CES 2017`에서 ‘인수합병 전문가’라는 별명에 맞게 이제 SK텔레콤에 대규모 인수합병을 진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인수합병 전문가라는 평가를 부인하고 싶진 않지만 지금 SK텔레콤은 당장의 인수합병보다 제대로 된 방향을 잡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