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통합 조선법인을 출범하면 정 부사장이 요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인수 뒤 경영진들의 자리 이동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 부사장이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예상된 수순이라는 것이다.
정 부사장은 최근 경영 전면에 자주 나서고 있다. 현재 그룹 선박해양영업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 실장 등 그룹의 핵심 직책을 겸직 중이며 이번 인수 추진 과정에도 손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직책 변화 여부를 떠나 그룹 선박해양영업대표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 이후 정 부사장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4년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영업조직을 통합한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를 출범해 영업을 같이 진행하고 있는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정 부사장이 담당하는 책임도 대폭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정 부사장의 존재감과 위상도 그만큼 높아진다.
산업은행은 3월 초 이사회 승인을 거쳐 현대중공업과 본계약을 맺는다. 계약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계열 조선3사와 대우조선해양을 총괄하는 중간지주사 통합 조선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정 부사장이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수주잔고 기준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21.2%를 차지하는 초대형 조선사로 부상한다. 공정자산이 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재계 순위도 현재 10위에서 7위로 훌쩍 뛸 수 있다.
다만 정 부사장이 노조와 정치권 일각의 시선을 고려해 당분간은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정기선 부사장의 승계작업을 위해 고용 불안과 동반부실 가능성을 무시하고 대우조선해양 인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추혜선·이정미 정의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 등도 노조의 의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 부사장은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의 장남이다. 2014년 말 인사에서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2015년 전무, 2017년 말 부사장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이어왔다. 이에 따라 회사 안팎에서 세습경영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는 만큼 승계작업을 둘러싼 논란에 민감할 수 있다.
더욱이 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는 보통의 사례와 다른 점이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30년 동안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돼 왔는데 다시 오너경영체제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본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만큼 인수와 관련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