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매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현대증권의 상징성과 이름값 때문에 범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올랐다. 특히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현대증권도 정몽구 품에 안기나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3일 산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은행 인수합병부가 직접 현대증권 매각 주관사로 나서 이달 중순부터 투자자를 모집한다. 산은 관계자는 “현대증권에 관심이 있거나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과 기관들을 모두 찾아가 투자 설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애초 사모주식펀드(PEF)를 조성해 현대증권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빠른 매각을 위해 신탁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모주식펀드를 통해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향후 6개월 동안 되팔 수 없기 때문에 매각 속도가 더뎌진다.


따라서 산은은 현대증권이 수탁한 지분으로 형성한 신탁재산을 담보로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매각을 주관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보유 지분을 담보로 2천억 원을 우선 대출해주고 현대증권 매각이 완료되면 대출금을 회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입장에서도 현대증권을 빨리 매각해 자금을 수혈하는 편이 좋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이미 1천%를 넘었고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차입금(3조1천억 원)에 대해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매각 대상은 현대상선 등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 36% 가량과 현대증권이 보유한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 지분 각각 100%다.


현대증권 매각 과정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움직임에 이목이 쏠린다. 현대증권의 상징성과 이름값 때문에 범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인수에 적극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현대증권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77년 인수하면서 현대그룹 내에서 핵심 금융 계열사로 자리를 잡는다. 2000년 정몽헌 회장이 왕자의 난에서 승리해 현대증권과 현대건설을 가지고 나오면서 현대그룹의 기틀을 마련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이 결정되자 “현대건설을 현대기아차그룹으로 넘어간 데 이어 현대증권도 팔린다면 더 이상 옛 현대를 계승한 현대그룹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현대증권의 상징성이 큰 탓이다.


현대증권의 ‘현대’라는 이름값도 범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인수전 참여에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그룹은 2008년 신흥증권을 인수하면서 현대차IB증권이라는 회사명을 내세웠다가 현대그룹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HMC투자증권으로 회사명을 바꿨다. 현대중공업도 2008년 CJ투자증권을 인수했지만 현대를 뺀 하이투자증권으로 회사명을 붙였다.


앞서 지난달 정주영 명예회장의 기일을 맞이해 현대가 일족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현대증권 매각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당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등이 청운동 자택에 모였다. 이에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을 비롯해 정몽준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현대백화점의 한라건설 지원 등 범 현대가 현안들에 대한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