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따르면 고 사장이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 바이오시밀러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진출을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고 사장은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에 걸쳐 중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1일 중국 헬스케어 벤처펀드 운용사 ‘C-브릿지캐피탈’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SB3, SB11, SB12 3종의 판권을 위임하는 계약을 맺었다.
1월에는 중국 바이오기업 3S바이오와 SB8의 중국 내 임상, 인허가, 상업화에 관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고 사장은 파트너십을 맺은 두 곳 외에 중국기업 3~4곳을 추가로 선정해 바이오시밀러 임상과 판매를 맡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최근 중국 정부가 바이오시밀러 규제를 대폭 완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바이오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중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세워 기술이전하는 방식만 허용됐다. 하지만 이제는 개발을 마친 바이오시밀러를 중국 기업이 현지에서 임상, 허가, 판매만 담당하는 판권계약 형식으로도 중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중국 기업에 기술이 유출될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제품 생산도 중국 이외 지역에서 할 수 있도록 변경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에서 생산한 바이오시밀러를 중국에 판매할 수 있다.
중국 바이오산업의 성장성에 비해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삼성바이오에피스에게 기회다.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의약품시장이다. 게다가 앞으로 중국 국민들의 소득수준 향상과 고령화가 겹치면서 바이오의약품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는 중국 바이오의약품시장이 2011년 9조8500억 원에서 연 평균 18% 성장해 2020년 355조3천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조사기관 프로스트&설리번은 중국 바이오의약품시장이 앞으로 10년 동안 연 평균 1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중국 바이오기업들의 기술력은 아직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한국 기업에 미치지 못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8년 8월에 내놓은 ‘한국과 중국 수출구조 변화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기준으로 중국은 바이오산업 기술력에서 한국보다 1년6월가량 뒤처져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2014년보다는 기술 격차가 매우 좁혀졌다.
고 사장은 17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중국만 해도 100개가 넘는 바이오시밀러업체가 있지만 한국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기술 노하우와 진입장벽이 높다는 방증”이라며 “앞으로 10~20년이 우리가 중국 바이오시장에서 큰돈을 벌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공략이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그동안 글로벌 임상3상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5종의 상업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글로벌 임상3상을 통과한 제품이어도 중국 식품의약품안전처(CFDA)가 요구하면 별도의 현지 임상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외국산 의약품 인허가에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중국 바이오시밀러시장에 진출한 외국 기업은 암젠, 화이자, 사노피, CJ헬스케어, 바이넥스 등 5곳에 그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중국 내 여러 현지기업과 계약을 한 것은 다수의 신약 후보물질에 관한 임상과 허가를 동시를 진행해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라며 “게다가 리스크도 줄일 수 있어 중국 바이오의약품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