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군수공장에서 벗어나 진정한 항공우주업체로 거듭나겠다."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사장의 경영 비전이다.
 
[오늘Who]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민수 전환 가능성 보여주다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체질을 군수에서 민수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김 사장은 2018년 실적을 통해 민수 전환 가능성을 직접 보여줬다.

2019년 민수사업 강화 기조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는 이유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이 2018년 신규 수주 목표를 초과한 데는 민수부문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18년에 2조8599억 원 규모의 신규 일감을 따냈다. 2017년보다 50% 늘었다. 2018년 초 세웠던 목표도 7% 초과 달성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18년 대표적 민수사업인 기체 부품사업에서 2조3천억 원 규모의 신규 일감을 따낸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초 목표했던 1조3천억 원을 1조 원 이상 초과 달성했다.

반면 군수사업은 3500억 원, 완제기 수출사업은 1500억 원의 일감을 따내는 데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각각 2018년 초 세운 목표보다 500억 원, 8500억 원 부족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18년을 맞이할 당시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불린 미국 고등훈련기(APT) 교체사업 수주 기대감이 컸다. 2018년 6월에는 한국을 찾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관심으로 수리온의 필리핀 수출 가능성도 떠올랐다.

하지만 미국 고등훈련기 수주와 수리온 수출을 성사하지 못했고 결국 민수사업에 신규 수주를 크게 의존했다.

김조원 사장은 2017년 10월 취임한 뒤 민수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지속해서 추진해 왔다.

그는 1월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때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고등훈련기(T-50) 환상에서 깨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며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군수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그동안 국내 방산사업에 기대 성장했다면 미래 성장동력은 민수에 있다는 것인데 김 사장은 2018년 실적을 통해 이를 직접 보여준 셈이다.

2018년 민수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2019년에는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1월 민수 중심으로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을 2030년까지 20조 원 규모로 키워낸다는 ‘항공우주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항공우주산업 발전전략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2024년 민수 기체 구조물 분야의 선두그룹(Super Tier 1)에 진입하고 2030년 한국 브랜드의 민수 완제기를 자체 개발한다는 목표가 담겼다.
 
[오늘Who]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민수 전환 가능성 보여주다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앞줄 왼쪽)이 1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항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앞줄 가운데),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앞줄 오른쪽) 등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2018년 출범한 자회사 한국항공서비스(KAEMS) 등을 앞세워 2020년대 중반까지 한국을 항공정비(MRO) 분야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김 사장은 “남북 평화가 정책한다면 백두산과 동북3성 등을 관광하기 위한 민간 항공기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그걸 우리가 만들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민간 중심의 항공사업에 힘을 실을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월 열린 ‘항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국내 항공산업은 고속 성장세를 유지해 왔으나 방산부문의 과도한 의존 등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내에서 개발해 안전성을 인증 받은 항공기를 수출할 수 있도록 국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방산비리,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2017년 10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김 사장은 취임 뒤 경영혁신을 위한 시스템 구축, 수주역량 강화, 항공우주산업 기반 확대 등을 주요 과제로 추진해 2018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