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9-02-13 16: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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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롯데캐피탈 매각이 예상과 달리 신한금융지주가 빠진 채 KB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의 사실상 2파전이 됐지만 여전히 가격 경쟁의 불씨는 살아있다.
13일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KB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 모두 롯데캐피탈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그동안 업계는 롯데캐피탈 인수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MBK파트너스의 3파전이 될 것으로 바라봤었다. 하지만 12일 예비입찰 마감 결과 신한금융지주가 참여하지 않았다.
경쟁구도가 예상과는 달라졌지만 롯데캐피탈이 지닌 매력은 여전하다. 매각가격이 최고 1조5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금융지주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도 신한캐피탈과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 데 더해 가격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캐피탈은 영업자산 규모가 2018년 9월 말 기준으로 6조7천억 원으로 국내 캐피탈사 가운데 4위인데다 자산 안정성도 높다.
고위험 자산인 기업대출에서 10년 동안 연체율 0%로 기업대출 자산 대부분의 신용등급은 ‘A-’이상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서도 연대보증,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등 다양한 신용보강장치를 확보하고 있다.
안정적 자산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률도 내고 있다. 롯데캐피탈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0% 이상으로 업계 평균 7.6%를 웃돈다.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도 강점으로 꼽힌다. 2018년 9월 말 기준으로 영업자산 비중은 개인금융 34%, 기업금융 28%, 자동차금융·일반리스·할부금융 등 37%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롯데캐피탈은 국내 캐피탈사 가운데 유일하게 개인금융사업을 보유하고 있어 매물로서 가치가 높다”며 “캐피탈사는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적격성 심사도 받지 않아 인수 장벽도 낮다”고 말했다.
‘리딩 금융그룹’ 탈환을 노리는 KB금융지주에게 롯데캐피탈의 인수는 절실하다.
KB금융지주는 2018년에 순이익 3조878억 원을 거둬 같은 기간 3조1567억 원을 거둔 신한금융지주에게 밀렸다.
KB금융지주로서는 1년 만에 순이익 1위 자리를 내 주며 자존심을 구긴 셈이라 순이익 규모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라도 롯데캐피탈의 인수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크다. 롯데캐피탈의 순이익 규모는 2017년 1175억 원, 2018년에는 3분기까지 누적으로 959억 원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 인수합병 등을 통해 올해 순이익 규모를 크게 늘릴 것으로 보여 KB금융지주는 더욱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는 2월부터 오렌지라이프 지분 59%만큼의 순이익을 반영한다”며 “1분기 중으로 아시아신탁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금융지주회사들의 순이익 1위를 지키기 위한 경쟁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MBK파트너스도 롯데캐피탈 인수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캐피탈을 비롯해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롯데그룹이 진행하는 3곳 금융 계열사 인수전에 모두 참여했다.
MBK파트너스는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 매각 외에도 최근 굵직한 인수합병 건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2018년에는 코웨이와 오렌지라이프를 매각했고 두산공작기계를 자본재조정(Recapitalization)하는 등 자본시장에서 굵직한 거래를 여러 건 성공해 4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현재도 넥슨, 고디바, BHC 등 인수전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10조 원 규모의 넥슨 인수전에도 뛰어든 만큼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3곳 회사 패키지로 최대 3조 원 정도가 예상되는 롯데그룹 금융계열사 인수전에서도 공격적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