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수 한미약품 공동대표이사 사장이 국내 최초로 ‘4제 복합제’ 상용화에 도전한다.
우 사장은 4제 복합제 개발을 통해 복합제시장에서 한미약품의 지위를 더 굳건히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고혈압·고지혈증을 치료하는 4제 복합제 ‘HCP1701’의 개발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4제 복합제란 4개의 치료 성분을 한 알에 담은 의약품을 말한다.
한미약품의 개발하는 4제 복합제는 고혈압 치료성분인 ‘암로디핀’과 ‘로사르탄’에 고지혈증 치료성분인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합한 복합신약으로 현재 임상3상을 위한 준비단계에 있다.
한미약품은 2018년 3월에 4제 복합제의 임상1상을 승인받았는데 1년도 안 돼 임상3상에 들어가는 것이다. 임상1상은 약 9개월 만에 마쳤고 임상2상은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
임상2상은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용법, 용량을 확정하는 단계인데 한미약품은 기존 고혈압·고지혈치료제에 관한 허가가 있어 굳이 시험을 거칠 필요가 없다. 마지막 임상3상에서는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의약품의 이상반응과 안전성, 유효성을 검사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같은 개발속도라면 임삼3상도 1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개발에 성공하면 4가지 성분을 한 알에 담은 국내 최초의 복합제로 이름 올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사장이 4제 복합제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사업성이 좋기 때문이다.
혁신신약은 연구개발(R&D)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막대한 투자를 했어도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하지만 복합제와 같은 개량신약은 기존 약품을 활용하기 때문에 개발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고 성공 확률도 높다.
게다가 복합제의 수요는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겪는 환자들로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약의 개수가 늘어나면 환자들이 제대로 약을 복용하기 어렵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들의 예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노령화사회가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복합제시장은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한미약품은 현재 국내 고혈압 복합제시장에서 가장 앞서있다.
한미약품은 2017년 7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혈압·고지혈증을 치료하는 3제 복합제 ‘아모잘탄큐’를 출시했다. 아모잘탄과 아모잘탄플러스, 아모잘탄큐를 합친 아모잘탄패밀리는 한미약품의 대표적 효자 제품으로 2018년 3분기 누적 처방액이 576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종근당, 일동제약, 삼진제약, 일양약품, 대원제약 등 경쟁회사가 뒤이어 고혈압 3제 복합제를 출시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한미약품이 4제 복합제로 경쟁우위를 입증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4제 복합제는 단순히 네 가지 성분을 한 알에 뭉치는 것이 아니라 성분별로 효과가 나는 시간을 조절해야 해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된다”며 “환자가 약을 먹기 편하도록 제형 크기를 최소화하는 것도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우 사장이 경영관리부문을,
권세창 공동대표이사 사장이 신약개발부문을 맡고 있다. 다만 복합제와 같이 혁신신약이 아닌 의약품 개발은 우 사장이 지휘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