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월31일 오후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의 기자간담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이 회장은 조선업이 회복되면 공적자금을 100%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업황 회복을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 업황이 회복된다 하더라도 하루 이틀 걸릴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그룹과 법인을 함께 설립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넘기기로 하면서 공적자금 회수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계산방법에 따라 최대 1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됐지만 당장 산업은행이 받는 돈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그동안 혈세 투입 논란을 꾸준히 몰고 다녔던 만큼 산업은행의 이번 지분 매각방안을 놓고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붙는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그룹과 ‘조선통합법인(가칭)'을 만들기로 했다. 이 법인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거느린다. 현대중공업지주가 1대주주, 산업은행이 2대주주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와 대우조선해양의 국내 점유율을 더하면 80%가 넘는다. 국내 조선사 대부분이 산업은행 아래로 들어온 만큼 이 회장도 대우조선해양 하나만 거느리고 있을 때보다 조선업황 회복이 더욱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조선업황이 회복돼 조선통합법인 주가가 오르면 산업은행이 회수할 수 있는 자금도 늘어난다.
이 회장이 단순히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넘기고 손을 떼는 대신 장기적으로 기업의 실적 개선에 따라 주가가 오를 가능성을 보고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셈이다.
다만 문제는 '빅2' 재편이 국내 조선업 경쟁력 강화라는 장밋빛 전망을 담보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조선업계에서 빅2 재편은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2015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가 유례없는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기존의 3강체제를 양강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조선업의 위기가 근본적으로 공급과잉과 이에 따른 출혈 경쟁에서 온 만큼 빅2 체제로 재편되면 저가 수주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덩치가 커지는 데 따른 부담도 적지 않다.
업황이 좋으면 열매를 독식할 수 있지만 반대로 업황이 나빠지면 부담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덩치가 너무 커지면 경영환경 변화에 재빠르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조선업은 외부 충격에 약하다. 해운업 규모가 작아 수주량 가운데 우리나라가 발주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2017년 수주량 가운데 자국 발주 비중은 일본이 57.3%, 중국이 30.1%, 우리나라가 19.1%였다.
조선업 회복을 놓고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바닥을 쳤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대를 이루지만 얼마만큼 회복될 수 있느냐를 놓고는 온도차가 있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최근 10년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일본의 조선업 침체로 2000년대 들어 가파르게 성장했고 2006~2007년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10년도 채 되지 않아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10년 동안에도 조선업 전망을 놓고 한치 앞도 못 내다봤던 만큼 섣불리 시장 회복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결정이 이 회장의 공이 되느냐, 과가 되느냐가 판가름날 때까지 최소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