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16일 열렸던 회의에서 “2월 초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던 것을 살피면 2월1일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반대 의견을 그대로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탁자책임전문위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면 실제 '연금사회주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만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수탁자책임전문위의 반대의견에 따라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이 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재로서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 시민단체, 재계 등 각 집단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아직까지 기금운용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안갯속에 쌓여있다.
기금운용위에서 최종적으로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것으로 결정한다면 국민연금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경영참여형 주주제안을 할 수 있게 된다.
한진그룹으로서는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이사 해임,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주주총회에 올릴 수 있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한진그룹은 국민연금이 임원 해임 주주제안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 측 인사들이 사내이사에서 강제로 물러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는 2019년 3월까지다.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재선임 안건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조원태 사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기 때문에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해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임기 역시 2020년까지로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있어야 해임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서더라도 조양호 회장 뿐 아니라 조원태 사장의 이사 자리까지 문제삼을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 대주주의 탈법행위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 전체를 겨냥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조원태 사장이 사실상 조양호 회장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해임 명단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법과 상법 시행령에 따르면 현재 임기 중에 있는 임원의 해임과 관련된 주주제안은 이사회가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해임 제안을 하더라도 조 회장측 임원이 해임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디.
이사회가 해임 제안을 거부하게 되면 해임을 제안한 주주는 임시 주주총회와 주주 특별결의를 통해 주주제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특별결의는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 회장 측이 대한항공 지분 33.35%, 한진칼 지분 28.95%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살피면 사실상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조 회장과 조 사장의 해임안을 제안하고 실제 표대결이 진행하게 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한진그룹에는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 현실적으로 통과가 어려운 이사 해임을 제안하는 대신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사외이사 선임을 제안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 일가를 경영에서 배제하는 극단적 방법보다 조 회장 일가의 경영을 견제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밖에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해 자산 매각, 정관 변경, 자본금 변경 등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데 이런 모든 일들이 한진그룹으로서는 부담스런 대목일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16일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논의하기 위한 첫 회의를 열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이 사안의 검토를 요청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3일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명확한 결론은 내지 못한 채 위원들의 의견 모두를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했다. 다만 과반수의 위원들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