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반도체사업에서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영업손실을 보면서 올해 메모리반도체의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낸드플래시 점유율 상승 목표를 미뤄두고 SK하이닉스의 반도체시설 투자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늘Who] 이석희,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적자 대응책 고심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김정태 SK하이닉스 마케팅담당 상무는 24일 콘퍼런스콜에서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예상보다 저조해 손익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을 봤다고 밝혔다. 사실상 낸드플래시가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을 알린 셈이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평균 공급가격은 지난해 4분기에만 21%의 하락폭을 보였다.

하나금융투자 등 국내 증권사들은 대체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영업이익이 지난해 4분기에 급감한 뒤 올해 1분기부터 적자기조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하지만 낸드플래시사업의 적자 전환시기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앞당겨진 것이다.

이석희 사장은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 오르자마자 급격한 메모리반도체업황 침체로 쉽지 않은 경영환경을 맞게 됐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수익성을 더 효과적으로 지켜내야 하는 당면 과제까지 안게 된 것이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전용으로 운영하는 청주 M15 반도체공장의 본격적 가동을 올해 앞두고 있어 더욱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감한 상황에서 출하량을 늘리면 업황이 더 나빠질 공산이 크고 공장 가동비 부담도 늘어 낸드플래시사업의 적자폭 확대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M15 반도체공장은 약 20조 원의 투자가 예정됐는데 이 공장의 가동은 현재 4~5위권에 그치는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받아 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2단 3D낸드의 본격적 양산과 96단 4D낸드 개발에 성공하면서 앞선 기술력을 확보해 그동안 약점으로 꼽히던 낸드플래시사업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낸드플래시업황이 예상보다 급격하게 침체되면서 SK하이닉스가 올해도 대부분의 실적을 D램에 의존하는 구조를 탈출하기 어려워졌다.

이 사장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외형 성장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거나 투자를 축소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기로에 놓일 수도 있다.

김 상무는 콘퍼런스콜에서 "낸드플래시 연간 공급 강도는 완화될 수 있다"며 "생산시설을 최적화해 수익성 확보를 추진하며 고용량 낸드플래시와 기업용 SSD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Who] 이석희,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적자 대응책 고심

▲ 충북 청주의 SK하이닉스 M15 반도체공장.


SK하이닉스가 당분간 낸드플래시시설의 투자 속도를 늦추는 한편 고부가 제품의 공급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힘쓸 것이라는 전략을 예고한 셈이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부터 경영지원총괄과 사업총괄 등 요직을 거치며 반도체시설 투자를 포함한 전략 수립을 책임져 왔다.

낸드플래시업황이 회복세로 돌아선다면 곧바로 투자를 확대해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를 극대화하는 긴밀한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부터 시설 투자계획을 기존의 분기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집행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시장 변화에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이 사장은 1월 초 신년사에서 "SK하이닉스가 마주한 현실을 더 냉정히 분석하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며 "투자효율의 문제도 반드시 풀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