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의 신흥국 투자를 확대하며 수익 방어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자동차시장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성장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비교적 안정적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인도와 러시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시장 점유율을 늘려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현대차에 따르면 최근 신흥국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쥐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23일 베트남 대기업 탄콩그룹과 함께 베트남 현지에 판매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2009년 탄콩그룹에 자동차 판매를 위탁한 데 이어 2017년 생산합작법인을 설립해 베트남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는데 판매합작법인을 만들게 되면서 베트남시장 공략에 한층 힘을 실었다.
현대차는 판매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서 연간 1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베트남 진출 10년째인 2018년에 판매량이 5만 대를 넘었다는 점에서 다소 공격적 목표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인도에 투자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인도 현지언론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18일 타밀나두주 정부로부터 첸나이 공장의 확장방안을 승인받았다.
인도 정부가 밀고 있는 친환경차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현대차는 첸나이 공장에 모두 1조1천억 원을 투자해 연간 70만 대의 생산능력을 80만 대까지 확대하고 전기차를 포함한 신규 모델 생산을 추진하기로 했다.
러시아 투자도 이미 결정했다.
현대차는 2018년 12월 말에 러시아 산업부, 상트페테르부르크주 정부와 특별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현대차는 앞으로 10년 동안 모두 3천억 원가량을 투입해 후속모델 개발과 연구개발센터 설립 등을 추진한다.
현대차가 최근 한 달 내에 연달아 투자를 확정한 러시아와 인도, 베트남 등을 살펴보면 모두 자동차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신흥시장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자동차산업 조사기관인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2018년 러시아에서 판매된 차량은 모두 180만591대다. 2017년보다 판매량이 12.8% 급증했다. 인도와 베트남의 자동차 판매량도 같은 기간 각각 8.3%, 5.8%씩 늘었다
글로벌 1, 2위 자동차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자동차 수요가 제자리걸음하거나 심지어 후퇴하는 상황에서 이들 신흥국의 성장세는 현대차에게 고무적이다.
현대차가 이 나라들에서 시장 점유율 2~3위를 유지하며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18년에 러시아에서 모두 17만8269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2017년보다 12.9% 늘었다. 시장 점유율은 현지기업 라다(20%), 기아차(12.6%)에 이은 3위(9.9%)다.
인도에서는 최근 5년째 시장 점유율 2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베트남은 토요타 등 일본 완성차기업이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는데 현대차는 점유율을 10% 초반에서 2018년 말 기준 20% 가까이 끌어올렸다.
러시아와 인도, 베트남의 자동차 판매량을 모두 합하면 608만 대가량이다. 아직 미국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 신흥국들의 경기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자동차시장에서 선전한다면 미국과 중국 시장의 부진을 만회할 수도 있다. 2018년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0.7% 늘었고 미국에서는 오히려 판매량이 1% 줄었다.
현대차가 보유한 4개의 해외 권역본부 가운데 2개의 권역본부가 인도와 러시아라는 점에서도 신흥시장 대응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신흥국에서의 입지를 넓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신흥시장 확대는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의 의지이기도 하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인도와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연합) 등의 신흥시장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