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계열사이자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협력을 강화하며 주력사업인 기업용 솔루션 등 IT 서비스의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홍원표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전자에 매출 의존이 높았던 삼성SDS의 고질적 약점을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바꿔내며 외부 고객사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박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22일 "삼성SDS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자원관리 시스템(ERP) 전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IT 서비스 전략사업의 성장에 금상첨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S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에 차세대 자원관리 시스템 전환사업을 맡고 있다. 이르면 올해부터 삼성SDS의 매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자원관리 시스템은 고객사에 구축해 제공하는 형태의 기존 IT 인프라와 달리 클라우드 서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데이터 용량의 제약이 적고 신기술을 손쉽게 적용할 수도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기업들이 활용하는 데이터의 양이 이전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만큼 기존 자원관리 시스템은 한계가 있다"며 "차세대 자원관리 시스템은 용량 제약을 극복하고 인공지능 등 신기술이 개발될 때 고객사에 업데이트를 바로 제공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자원관리 시스템은 기업의 생산과 물류, 재무와 영업, 재고 등 영업활동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통합해 관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된다.
삼성SDS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자원관리 시스템 등 IT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하며 대부분의 실적을 올렸다. 2018년 3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1.4%에 이른다.
국내 최대 기업이자 글로벌기업인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확보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는 한편으로 삼성SDS가 실적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기도 했다.
IT 인프라 특성상 고객사에 구축이 마무리되면 추가로 매출이 발생할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도입을 앞둔 차세대 자원관리 시스템은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빅데이터 분석 등 삼성SDS가 개발하는 새 기업용 솔루션을 제공해 추가 수익을 올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새 자원관리 시스템은 IT환경 변화에 맞게 진화하고 발전한다는 장점이 있다"며 "고객사 요구에 따라 다양한 계약 형태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S는 삼성전자 세계 법인의 자원관리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글로벌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한 경험도 중요한 장점으로 앞세우고 있다.
글로벌 자원관리 시스템은 IT시장에서 전례가 없던 형태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대형 고객사의 주문이 없었다면 삼성SDS가 이와 관련한 역량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공산이 크다.
삼성SDS는 최근 글로벌 자원관리 시스템 공급을 현대건설기계 등 외부 고객사에서도 수주하면서 대외사업 확대에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협력이 삼성SDS의 외부 고객사 확보에 디딤돌 역할을 한 셈이다.
홍원표 사장은 지난해부터 계열사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삼성SDS의 대외사업 확대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앞세워 왔다.
▲ 삼성SDS의 자원관리(ERP)시스템 안내. |
IT서비스와 물류에서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사업을 담당했던 경험과 역량을 살려 외부 고객사의 수주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홍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대외사업을 통한 혁신적 성장'을 경영방침으로 내걸고 사업 확대와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삼성SDS는 기업용 솔루션 등 IT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기업과 비교해 후발주자로 꼽힌다. 하지만 세계적 전자기업인 삼성전자와 긴밀한 협력이 갈수록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결국 홍 사장이 삼성SDS 대외사업 확대의 해답을 인수합병과 같은 공격적 방식보다 오히려 삼성전자와 협업을 더욱 강화하는 데서 찾고 있는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 사장은 삼성전자와 협업을 통해 삼성SDS의 안정적 실적 기반을 더 강화하는 한편 IT 서비스 기술력을 국내외 여러 기업에 알릴 기회도 잡는 '두마리 토끼'를 노릴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