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15일 ‘기업인과 대화’ 행사를 마친 뒤 현 회장에게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 고문을 받고 있다. 뭔가 열릴 듯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지만 결국은 잘 될 것”이라며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남북경협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고 이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현대아산은 3월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데 이는 향후 대북사업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또 그룹 계열사인 현대무벡스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더 조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아산 대표로 2018년 11월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선임한 것도 남북경협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고 내린 결정이다.
배 대표는 34년 동안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 감사원 등에서 업무를 두루 수행한 경제관료 출신이다. 기획예산처 국장 시절에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대표적 ‘남북경협 전문가’로 평가된다.
현 회장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을 넘어 향후 북한 인프라사업에도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배국환 현대아산 대표이사.
현대그룹은 2030년까지 전력, 통신, 철도, 통천 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명승지 관광 등 북한 7개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독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2000년 이 권리를 5억 달러(약 5350억 원)에 샀다.
다만 현대그룹의 규모가 크지 않아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사업을 실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력, 통신, 철도와 같은 사업은 대규모 투자와 기술력이 요구되는 사업인데 현대그룹은 관련 기술과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대기업집단도 모두 북한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노리고 있다.
현 회장은 대기업과 공기업, 국제기금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컨소시엄’을 구성해 부족한 자금과 기술을 메운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사업 초기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남북경협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북 7대 사업권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 많은 분야에서 남북경협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