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기술 제품이나 서비스에 규제 적용을 면제하거나 미뤄주는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수소충전소를 선정해 민간회사들의 수소사업을 밀어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16일 정부부처와 자동차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부터 시행되는 규제 샌드박스제도를 통해 수소충전소의 도심 설치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수소충전소인 서울 마포구 상암수소스테이션에서 충전소 관리자가 수소 연료 주입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수소충전소는 수소차 등의 연료를 충전하는 시설을 말한다. 현행법상 고압가스시설로 분류돼 국토계획법 시행령의 ‘용도지역에 따른 건축 제한’ 규제를 받고 있어 도심에 설치하기 힘들다.
그러나 수소충전소가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지정되면 규제 적용이 일정 기간 면제된다. 수소차가 접근하기 쉬운 도심에 수소충전소가 생기면서 수소차 보급도 더욱 쉬워진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소충전소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5곳인 수소충전소 수를 2020년까지 310곳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산업부도 앞서 규제 샌드박스의 사전 수요신청을 받은 예시로 수소충전소를 들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서울 탄천 물재생센터 등 서울 시내 6곳에서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겠다는 수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산업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는 대상으로 수소충전소를 고른 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2월 규제특례심의회에서 적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수소충전소의 도심 설치를 허용하면 현대차가 수소차의 보급 확대를 추진하는 데 탄력이 더욱 실리게 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수소차를 연간 50만 대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앞으로 연간 3천 대씩 수소차를 팔면 2025년부터 관련 분야에서 영업이익 흑자를 낼 수 있다는 예상도 내놓았다.
현대차가 목표한 만큼 수소차를 만들어 팔려면 소비자가 수소충전소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수소충전소의 도심 설치를 통해 수를 늘리는 일이 중요하다.
김세훈 현대차 상무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일본은 수소충전소 규제를 풀어 수소사회를 만들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늦은 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수소충전소에 적용하면 수소충전소의 설치와 운영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도 간접적으로 덜어줄 수 있다.
기업 13곳은 수소충전소 설치와 운영을 맡을 특수목적법인(SPC) ‘하이넷’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로 수소충전소의 입지조건이 좋아질수록 하이넷이 앞으로 수소충전소를 운영하는 일도 더욱 손쉬워질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 현대차 에어리퀴드코리아 효성중공업 코오롱인더스트리 덕양 린데코리아 등 기업 13곳이 하이넷 주주로 참여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