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환경규제 대비'와 '화주 서비스 강화'를 통해 2020년 흑자 전환을 준비한다.
10일 현대상선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올해 안으로 현재 운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선에 스크러버(배기가스 정화장치)를 장착할 계획을 세웠다.
사선은 빌리지 않고 선사가 직접 소유하고 있는 선박을 말한다. 빌린 선박인 '용선'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연식이 오래돼 폐기가 멀지 않은 선박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크러버를 장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러버를 설치하면 IMO2020 선박 환경규제가 2020년 시작되더라도 비싼 저유황유 대신 저렴한 벙커C유를 사용할 수 있다.
최근 대부분 선사들이 화주에게 유류할증료를 받기 시작한 것을 살핀다면 단순히 유류비 절감을 넘어 운임 경쟁력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유황유 사용이 단순히 유류비를 늘리는 데 끝나지 않고 유류할증료 형태로 운임에 직접 반영되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산성비를 유발하는 황산화물(SOx) 배출을 막기 위해 2020년 1월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IMO2020 선박 환경규제’를 시작한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운항하는 선박들은 스크러버(배기가스 정화장치)를 달거나 선박 연료유를 기존에 사용하던 고유황유보다 40~50% 더 비싼 저유황유로 바꿔야 한다.
유 사장은 계속해서 IMO2020 선박 환경규제가 현대상선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얘기해왔다.
유 사장은 2018년 12월17일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열린 ‘2019년 영업전략회의’에서 “2020년에 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가 시작되면 현대상선에게는 기회가 오는 것”이라며 “2019년 한 해 동안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비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유 사장은 2020년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선복량을 채우기 위해 화주 서비스 강화에도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할 때 물건의 가격과 품질을 따져 구매하듯 화주가 선사를 선택할 때 역시 운임과 서비스의 품질을 따지게 된다.
현대상선은 새 선박을 통한 선복량 증대, 연비 개선과 전 선박 스크러버 설치로 운임경쟁력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서비스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유 사장은 신년사에서 “현대상선의 도약은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는 신조 대형선이 주도하겠지만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우리의 업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업력 끌어올리기’의 일환으로 차세대 IT환경을 구축하고 화주 서비스 강화에 주력할 계획을 세웠다.
특히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한 냉동컨테이너 관리,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통관 절차의 간략화 등이 현대상선이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분야다.
현대상선은 또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화주 설명회를 앞으로도 계속 열고 화주들과 직접 서비스 개선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을 세웠다.
유 사장은 신년사에서 “2020년 2분기부터 투입될 2만3천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차질 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2019년 준비 성과에 따라 2020년 이후 우리 현대상선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흑자전환의 해인 2020년보다 2019년이 현대상선에는 더 중요한 해가 될 수도 있다”며 “2020년에 배를 받는다고 갑자기 흑자가 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올해 철저한 준비를 끝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