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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MS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아이패드용 MS오피스를 공개했다. |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아이패드용 MS오피스를 지난 2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그간 자사 윈도우 기반 제품에만 MS오피스를 공급하던 폐쇄 정책에서 벗어난 것이다. 나델라 MS CEO가 취임해 ‘모바일 우선’ 방침의 내세운 뒤 첫 번째 조처인데, 모바일 시대에 뒤쳐진 MS가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에 출시된 아이패드용 MS오피스는 문서작성에 사용되는 워드(Word)와 수식·재무표 작성 등을 할 수 있는 엑셀(Excel),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파워포인트(Powerpoint)로 구성되어 있다. 모바일 이전 PC 세대부터 학교와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지난해 12월 한국MS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MS오피스의 전 세계 사용자는 10억 명이 넘는다.
MS오피스는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지만, 전체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오피스365’에 가입해야 한다. 오피스365는 MS오피스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연간 사용료를 내고 임대하는 것이다. 개인용은 연간 100 달러(약 10만6800원), 사무용은 연간 60 달러(약 6만4000원)를 내야 한다.
MS는 이와 동시에 지금까지 유료 서비스에 가입해야만 이용할 수 있었던 MS오피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무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이제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기반의 스마트폰 이용자는 무료로 MS오피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에 애플의 CEO 팀 쿡은 트위터로 "MS오피스의 아이패드 앱스토어 입성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아이패드 사용자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MS오피스는 출시 직후 미국 아이패드용 앱스토어 상위권에 랭크됐다. 워드가 1위, 엑셀이 2위, 파워포인트가 3위를 차지했다.
MS의 변화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MS는 이미 2010년에 MS오피스를 웹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MS오피스 프로그램을 구입하지 않은 사용자도 www.office.com에 접속해 로그인하면 워드·파워포인트·엑셀을 이용해 간단한 문서 작성과 편집을 할 수 있었다.
이는 당시 구글 등 경쟁사가 문서작성 애플리케이션을 무료로 배포하며 시장이 잠식될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다가는 MS의 고객들이 모두 빠져나갈 위험이 있었다. MS는 경쟁사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화를 꾀했다.
MS는 또 지난해 휴대전화 시장을 양분하는 운영체제인 애플 iOS와 안드로이드용 MS오피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하지만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오피스365에 가입해야 했다. 작은 화면에서 불편하게 사용하기 위해 연 100 달러를 지불하는 사용자가 몇이나 될까 생각하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기존 오피스365 가입자들을 위한 보조용 프로그램이었다.
당시만 해도 업계는 MS가 아이패드용 MS오피스는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MS에겐 윈도8과 태블릿PC ‘서피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피스는 지난 2012년 MS가 직접 제조한 태블릿으로,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후속 모델이 나온 상황이었다. MS의 특기인 ‘끼워 팔기’를 활용해 윈도우와 MS오피스 이용자에게 서피스를 팔아먹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새로 수장이 된 나델라 CEO는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었다. 나델라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이패드용 MS오피스를 소개하며 “오피스365를 모든 기기에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윈도우 고집을 포기하는 대신 기존 생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오피스 프로그램의 표준이 되려는 의향을 비친 것이다. 그는 iOS에 이어 안드로이드 태블릿용 MS오피스도 곧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출시는 지금까지 MS의 방향이 잘못됐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전 CEO인 스티브 발머 역시 이달 초 한 강연에서 "MS는 지난 10여 년간 모바일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놓쳤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2억 대 가까이 팔린 아이패드의 판매수를 고려하면 MS는 아이패드용 MS오피스 출시로 연 25억 달러(약 2조6500억)에 이르는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