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The show must go on)’. 퀸의 노래 제목으로 더 유명하지만 영어숙어로 어떤 시련과 좌절, 난관이 있더라도 이를 넘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2019년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는다. ‘함께 잘 사는’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을 기치로 내놓은 경제정책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어야 하는 해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환경 속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긴장감도 어느 때보다 크다. 주요 기업이 마주한 새해 현안을 키워드를 중심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1]공정경제와 혁신성장
[2]3~4세 경영, 세대교체
[3]성장, 사업재편
[4]상생과 투명경영
[5]경쟁,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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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변화를 위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같은 얘기를 2년 동안 반복하고 있다. 내가 너무 급하면 많은 사람이 쫓아오질 않기 때문에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SK 모든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날을 고대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8년 6월 시카고 포럼에서 한 말이다.
최 회장이 SK그룹 계열사를 통해 실시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가 2019년에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4일 SK그룹에 따르면 각 계열사는 조직개편을 통해 2019년 사회적 가치 관련한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칠 준비를 마쳤다.
SK이노베이션은 2018 말 '사회적가치추진단’을 꾸리고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뒀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직접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사업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환경보호의 인식 확산’에 초점을 맞췄는데 올해는 ‘환경보호의 실천’ 쪽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 사회적 가치를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 SK종합화학은 중국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시노펙과 3조3천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것을 계기로 지난해 8월부터 중국에서 ‘녹색기업 추진계획’을 세우고 환경보호 프로젝트를 펼쳐나가고 있다.
SK종합화학이 ‘환경 달리기’ 등 캠페인을 펼치며 중국 시민들의 지역 사회 의식을 조금씩 바꿔나가겠다는 뜻을 보였는데 앞으로는 중국 시민들을 환경보호에 동참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5월부터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베트남 짜빈성 일대 숲에 맹그로브 나무를 심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SK텔레콤은 사회적 가치 창출 업무를 전담하던 조직 ‘오픈콜라보센터’를 ‘SV이노베이션센터’로 이름을 바꾸면서 실행력을 높이기로 했다.
SK텔레콤은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기술 등 정보통신기술 인프라가 잘 구비돼 있는 만큼 2019년에도 이를 활용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이끌어 낼 공산이 크다.
2018년에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미세먼지를 눈여겨 보고 전국 1천여개 대리점과 200여개 와이파이 센서를 통해 미세먼지 데이터를 제공하는 미세먼지 지도 서비스 ‘에브리에어’를 내놓는 성과를 냈다.
특히 SK텔레콤은 2018년 11월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민관협력 추진협약’을 체결하는 등 공공기관과 협업을 시작한 만큼 2019년에 이런 협업틀을 넓힐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에 이어 새해에도 반도체사업에 몸담고 있는 중소기업들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전략들을 쏟아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4월 협력사의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유인프라 포털’을 개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는 공유인프라 포털을 통해 협력사들에 무상 혹은 시중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반도체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1월 사회적 가치 창출을 전담하는 임원급 조직인 ‘지속경영추진담당’을 신설하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사업에 힘을 크게 실었다.
SK에너지는 최 회장의 공유인프라 전략을 적극 채택해 주유소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가치 창출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SK에너지는 이미 지난해 9월부터 3600개 주유소 자산을 경쟁업체인 GS칼텍스와 공유해 택배사업 ‘홈픽’을 시작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홈픽에 이어 2018년 12월 보관함 서비스인 ‘큐부’ 출시에도 손을 맞잡았다. 두 회사는 고객 반응과 사업성을 고려해 거점 주유소를 점차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SK에너지는 우정사업본부에도 주유소를 개방해 주유소와 우체국에 전기충전소를 설치하는 ‘미래형 복합 네트워크’ 계획도 수립하면서 ‘제대로 된’ 사회적 가치 창출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SK 계열사들이 저마다 각 회사들만의 사회적 가치 창출 모델을 만들기에 고심해옴에 따라 최 회장이 2년 동안 강조해온 사회적 가치가 최근 SK 계열사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 회장이 2015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처음 소개했을 때만 해도 SK 직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사업이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2015년 SK하이닉스가 임금 인상분 20%를 협력사와 공유했고 2016년 SK그룹이 역량 있는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해 이들의 성장을 돕는 기금을 마련했지만 일시적이거나 시혜적 접근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SK 계열사들은 각자 펼치고 있는 사업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SK그룹의 사회공헌이 더욱 긴 호흡을 갖고 장기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기반이 SK 계열사들을 통해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가 결국 기업에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몰두한다면 경제적 이익은 따라온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2018년 2월 ‘2018년 글로벌 지속가능 발전포럼(GEEF)’에서 “사회적 가치를 들여오면 그 자체의 목적 외에도 숨어 있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시장에서 계열사들이 사회적 가치를 많이 낸다면 주가도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3월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기업의 핵심 가치’로 정관에 적혀있던 ‘이윤 창출’을 빼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적시한 지도 2년 가까이 흘렀다.
SK그룹이 2019년에 어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