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The show must go on)’. 퀸의 노래 제목으로 더 유명하지만 영어숙어로  어떤 시련과 좌절, 난관이 있더라도 이를 넘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2019년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는다. ‘함께 잘 사는’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을 기치로 내놓은 경제정책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어야 하는 해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환경 속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긴장감도 어느 때보다 크다. 주요 기업이 마주한 새해 현안을 키워드를 중심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1]공정경제와 혁신성장
 [2]3~4세 경영, 세대교체
 [3]성장, 사업재편
 [4]상생과 투명경영
 [5]경쟁, 지배구조
 
[신년기획] 이재용, 삼성전자의 경영능력 증명할 절호의 시기 맞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삼성전자가 직면한 실적 부진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기회로 바꿔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리더십을 인정받는 일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논란을 짐재우고 진정한 '이재용의 삼성'으로 나아가기 위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올해 큰 폭의 실적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실적을 떠받치고 있던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주요 사업이 전 세계적 경기 침체와 무역분쟁, 경쟁 심화 등의 악영향을 받아 불안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경영 전면에서 점차 역할을 넓히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위기 대응 전략을 진두지휘해 실적을 방어해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됐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박근혜 게이트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12월까지 모두 8차례의 해외 출장에서 글로벌기업 경영진과 만나 사업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와 삼성 종합기술원 등 핵심 연구조직을 찾아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삼성전자의 인도 휴대폰공장 준공식, 올림픽 후원 협약식 등 공식석상에도 참석했다.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의 경영 참여를 놓고 찬반여론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삼성전자 경영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복귀 시기를 더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등기이사 직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삼성그룹 동일인에 지정되면서 삼성그룹의 실질적 총수가 됐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을 총괄하기 시작한 2015년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왔지만 올해는 5년 만에 처음으로 큰 폭의 하락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올해 불리한 사업환경을 극복하고 삼성그룹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위기 대응에 성과를 내는 일은 총수로서 경영능력을 증명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경영자로 자리를 지키려면 결국 주주들의 인정을 받는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벌어졌던 사회적 논란에 최대한 거리를 두려 하고 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을 둘러싸고 있던 논란과 의혹은 삼성그룹 경영 승계를 위해 무리한 방식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뇌물을 주며 청탁을 했다는 혐의로 구속수감됐고 올해 상고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최근 특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분식회계 사건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혹이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부회장이 한국 재벌기업 대부분의 승계 과정과 같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늘려 삼성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같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방식은 같은 논란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고 현실적으로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충분히 확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3분기 말 기준으로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0.65% 확보하는 데 그치고 있다.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 등의 지분을 받거나 향후 상속해도 지분율이 5%를 넘기 어렵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박근혜 게이트 사태 뒤 지주사 전환 등 기존 계획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이 부회장이 경영자로 자리를 지킬 방법은 결국 주주들에 신뢰를 얻는 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도 재판에서 "삼성의 진정한 리더로 임직원과 사회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일이 중요하다"며 "주주로서 지분을 얼마나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영자로 역량을 증명해 자리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경영에 본격적으로 복귀하기 전까지 해외 출장 일정에 집중한 점도 삼성전자에서 역할과 장점을 최대한으로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신년기획] 이재용, 삼성전자의 경영능력 증명할 절호의 시기 맞다

▲ 삼성전자 수원 본사.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세계의 인맥과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주주들도 이 부회장의 이런 장점을 높이 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에서 협력사와 논의한 사업은 주로 5G 통신과 자동차 전장부품 등 핵심 신사업으로 꼽히는 분야와 연관이 깊다.

이 부회장이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일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주요 사업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삼성전자의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 대응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고동진 IM부문 대표이사 사장 등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을 책임지는 전문경영인에 시스템반도체와 스마트폰 카메라의 경쟁력 강화 등 구체적 사업 추진 방향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와 스마트폰업황 악화에 효과적 대응책을 마련해 실적 방어에 성공한다면 자연히 경영 전면에서 역할을 확대한 이 부회장이 공을 인정받을 수 있다.

반면 올해 삼성전자 신사업에서 뚜렷한 변화가 보이지 않고 큰 폭의 실적 하락도 피하지 못하면 이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증명해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는 일은 더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