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기회다. 시대는 변하는 것이고 우리는 도전을 통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5일 올해 마지막 월례정기 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Who] 서경배 의지, 중국에서 아모레퍼시픽 기회 다시 잡는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중국 화장품시장이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아모레퍼시픽은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서 회장은 중국에서 공격적 출점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서피시픽이 2019년 중국에서 공격적으로 매장을 출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아모레퍼시픽이 2019년에 중국에서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 이니스프리를 대상으로 적극적 출점과 브랜드 새 단장을 통해 비용 절감보다는 외형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2019년 중국에서 설화수 매장을 40개 늘리고 이니스프리는 67개 매장을 출점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모레퍼시픽이 2018년 중국에서 설화수 매장 24개, 이니스프리 매장 57개를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19년 공격적 출점계획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이 화장품 브랜드인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매장을 10월까지 모두 철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이 중국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했는데도 실적이 회복되지 않자 130여 곳의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중국은 현지 화장품 브랜드의 성장으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에서 자연당, 이노허브, 허보리스 등 이니스프리처럼 자연주의를 콘셉트로 한 중국 화장품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니스프리 등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고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모레퍼시픽도 이런 상황에 타격을 받아 중국 실적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증권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중국에서 매출 2925억 원, 영업이익 307억 원을 낸 것으로 KB투자증권은 추정했다.

2017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30.7%나 감소했다. 마케팅비용 등 판매관리비 지출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서 회장은 중국을 향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서 회장은 일찍부터 주변의 만류를 받았는데도 “중국은 가야 하는 시장”이라고 말하며 중국에 진출했다.

2002년 라네즈를 시작으로 2011년 설화수, 2012년 이니스프리, 2013년 에뛰드하우스가 차례로 중국에 진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매출을 바탕으로 2016년 세계적 화장품 전문 매체인 ‘우먼스웨어데일리(WWD)’가 매출 기준으로 집계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7위까지 올랐다. 2007년 처음 20위 안에 진입한 뒤 10년 만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중국 정부의 사드배치 보복과 중국 현지 브랜드의 기술적 성장 등으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은 2017년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순위도 12위로 하락했다.

박종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니스프리를 놓고 “중국 화장품시장에서 이니스프리는 ‘원브랜드숍’의 효시이자 롤모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주요 대도시에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중국의 중소도시로 눈을 돌렸다.

서 회장은 9월 중국을 둘러보면서 임직원들에게 “중국에서 화장하는 인구가 수억 명으로 늘고 중국 소비자들의 화장품 수요도 크게 높아졌다”며 “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중소도시들을 개척하는 일이 주요 과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모레퍼시픽은 9월 열린 2018년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광고비용을 더 늘려 브랜드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서 회장이 중국에 공격적 출점계획을 세운 것을 놓고 증권업계에서는 시선이 엇갈린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중소도시에 진출하는 것은 선택적 접근을 필요로 해 과거와 같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며 “이니스프리를 새 단장하는 것도 오히려 홍보비용과 온라인 채널 확장을 위한 인력 충원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바라봤다.

아모레퍼시픽은 2018년 3분기 판매관리비가 2017년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났는데 앞으로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이 ‘울며 겨자먹기’로 중국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과 달리 2018년 2분기 기준으로 백화점 입점 등을 포함해 중국에 이니스프리 매장 469곳, 라네즈매장 160곳 등 모두 1814 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이 매장을 모두 철수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에게 아직까지는 이니스프리가 중국에 매장 400여 곳을 둘 만큼 주요 브랜드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매장을 철수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을 놓고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는 곳도 있다.

유민선 교보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와 이니스프리의 적극적 시장 대응전략은 긍정적”이라면서 “마케팅비 지출이나 브랜드 리뉴얼 등의 효과는 2019년 하반기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 매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직까지 브랜드 리뉴얼과 중국 출점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며 “2019년 신년회에 맞춰 이와 관련한 사항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