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헬스케어 분식회계 논란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까?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올해 2분기 말 국내 판권을 셀트리온에 재매각하면서 가까스로 흑자를 낸 것을 놓고 고의 분식회계라는 의심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채택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 제도에서 고의 분식회계를 입증하려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례처럼 ‘결정적 증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셀트리온헬스케어, 분식회계 정황증거 '뚜렷' 비판 지속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김경률 회계사는 12일 기자와 통화에서 “적자기업이 흑자기업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셀트리온헬스케어의 2분기 회계처리는 고의 분식회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셀트리온헬스케어 분식회계 입증할 결정적 증거 찾아낼까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이 생산하는 바이오의약품 판매를 전담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으로 셀트리온이 생산한 모든 제품의 국내외 판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2분기 말에 셀트리온에 국내 판권을 다시 넘기고 대가로 218억 원을 받았다. 그리고 이를 매출과 영업이익에 반영했다.

이 덕분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837억 원, 영업이익 152억 원을 냈다. 국내 판권을 팔아 얻은 금액을 매출과 영업이익에 반영하지 않았다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2분기에 영업손실 66억 원가량을 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판권을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에 반영한 것과 관련해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 제품의 세계 독점판매권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판매 및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에 판권을 매각하는 영업활동도 이뤄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경률 회계사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계열사 관계”라며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국내 판건을 셀트리온에 매각한 것은 일종의 자전거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2분기 회계처리를 놓고 정황증거로만은 고의 분식회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한국이 2010년 도입한 국제회계기준은 ‘규정 중심’ 대신 ‘원칙 중심’의 회계처리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원칙 중심이란 기업이 각자 나름대로 정한 방식대로 회계처리를 하는 것을 폭넓게 인정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국내 판권을 계열사인 셀트리온에 팔고 매각대금을 매출과 영업이익에 반영했다고 해서 이 자체로만을 가지고 분식회계로 결론을 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 분식회계 혐의를 감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처럼 스모킹건 나올까

셀트리온헬스케어 분식회계 논란의 관건은 ‘고의성 입증’이라고 회계사들은 입을 모은다.
 
금감원, 셀트리온헬스케어 분식회계 입증할 결정적 증거 찾아낼까

▲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부회장.


원칙 중심 회계에서는 회계를 조작하기 위한 기업의 ‘의지’가 개입되었다면 이를 분식회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국내 판권 매각대금을 매출과 영업이익에 반영한 것이 분식회계의 핵심이 아니라 ‘회계 조작 목적’이 있어 국내 판권을 매각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례를 살펴보면 고의성 입증을 위해서는 ‘내부 고발’ 같은 결정적 증거(스모킹건)가 있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5년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에도 정황증거는 뚜렷했지만 결정적 증거가 제보를 통해 나오기 전까지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았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올해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1차 회의 결론으로 ‘재감리’를 결정했던 이유도 결정적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고발자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주고받은 문서들을 증거로 금융감독원에 제출하고 금융감독원이 이를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시하자 증권선물위원회도 그제서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를 고의 분식회계라고 결론 내렸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보다 해외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2017년부터 셀트리온과 해당 내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고 2018년 이사회 승인을 통해 셀트리온에 국내 판권을 양도했다”고 해명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상장했는데 2분기의 국내 판권 양도로 결과적으로 줄곧 분기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심화와 신제품 출시에 따른 재고매입으로 2분기에 일시적으로 실적이 악화된 상태였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판매흐름이 정상화된 올해 3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2127억 원, 영업이익 200억 원을 내며 실적이 반등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