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회장이 초기 투자자였던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서서히 결별 수순을 밟는 것일까?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매각을 지속하며 지분율을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 테마섹은 셀트리온의 초기 투자자로 서정진 회장이 힘들어 하던 시절 든든한 조력자였다.

◆테마섹,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마저도 10% 이하로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테마섹은 올해 수차례 지분 매각으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율을 모두 10% 이하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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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테마섹의 100% 자회사인 아이온인베스트먼트는 6일 장 마감 이후 공시를 통해 11월 말부터 12월6일까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154만6285주를 장중 매도했다고 밝혔다.

한 주당 평균 매각가는 8만234원으로 테마섹은 약 1241억 원을 현금화했다. 테마섹의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율은 10.53%에서 1.12%포인트 낮아진 9.41%로 줄었다.

테마섹의 이번 지분 일부 매각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테마섹은 올해 들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꾸준히 줄여나가고 있다.

테마섹은 3월 초까지 100% 자회사인 아이온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셀트리온 주식 14.30%(1750만7642주)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12.67%(1731만960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테마섹은 3월6일 장 마감 이후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 주식 224만주(1.79%)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290만주(2.10%)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한테 매각했다. 금액으로는 셀트리온 주식은 7542억 원,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은 3151억 원가량이었다.

테마섹은 이후 보호예수기간으로 180일을 설정했다. 9월3일까지는 추가로 셀트리온 지분을 처분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테마섹은 올해 10월23일 보유한 셀트리온 잔여지분 12.45%(1561만7794주) 가운데 2.9%(363만 주)를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기관투자자들에게 8953억7500만 원에 매각했다.

테마섹이 올해3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같이 매각했던 전례를 생각해보면 이번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매각은 10월 셀트리온 지분 매각의 후속조치로 볼 수 있다.

테마섹은 여전히 셀트리온의 2대주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3대주주다.

테마섹은 현재 셀트리온 지분을 9.56%,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9.41%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3월 초와 비교하면 셀트리온 지분은 4.74%포인트,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은 3.26% 줄었다.

서정진, 테마섹과 서서히 이별하나

테마섹의 보유지분 축소를 놓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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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테마섹홀딩스 타워.


특히 테마섹의 지분 매각을 놓고 서 회장과 테마섹이 사업전략과 3공장 부지 선정 등에서 의견 차이로 갈등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선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서 회장은 테마섹과 오랜 기간 굳건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는데 최근 서 회장과 테마섹이 갈라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 회장에게 테마섹은 한 때 큰 도움을 줬던 투자자이지만 테마섹 역시 그 이상의 보답을 받았다.

서 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서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사채까지 끌어다 써야 했을 정도로 힘든 버티기가 계속됐고 하루하루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테마섹은 당시 서 회장의 백기사로 등장했다.

테마섹은 셀트리온에 2010년 2079억원을 투자했고 2013년에는 셀트리온홀딩스 등으로부터 셀트리온 주식을 장외매수하는 방식으로 1459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셀트리온에 투자한 금액은 총 3574억 원이었다.

테마섹은 서 회장이 바이오시밀러 판매대행사업을 셀트리온헬스케어로 별도 분리할 때도 투자자로 나섰다. 테마섹은 2011년 우선상환주 매입 방식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에 17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테마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투자를 통해 수 조원 대의 평가차익을 거뒀다. 투자금 원금과 이자는 이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일부 매각으로 모두 현금화했다.

일각에서는 테마섹의 지분 매각이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포트폴리오 조정 움직임일 뿐이라는 반론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악화되면서 이전에 투자했던 주식을 현금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2대주주이자 초기 투자자인 JP모건 역시 올해 9월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일부를 매각해 현금화했다.

JP모건은 계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원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2012년 1월 셀트리온헬스케어에 2540억 원을 투자했고 이후 전환사채 매입 등을 통해 500억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JP모건은 올해 9월18일 장 마감 이후 보유중인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2538만4740주(18.07%) 가운데 440만 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로 매각했다. JP모건도 시간외 대량매매로 4천억 원가량을 회수했으며 셀트리온헬스케어 보유지분을 15.02%로 줄였다. JP모건 역시 투자원금을 모두 현금화 했다는 점에서 테마섹과 비슷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