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12-06 15:39:28
확대축소
공유하기
현대자동차가 광주형 일자리사업에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단체협약 교섭 유예’를 협약 타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고수하고 있다.
단체협약 교섭 유예가 투자협약서에 명시되지 않으면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렵다는 뜻까지 보이고 있는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사업 추진 의지가 매우 강해 이런 태도를 끝까지 밀어붙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사옥.
6일 현대차에 따르면 광주형 일자리사업에서 수익성 확보를 담보하기 위해 단체협약 교섭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는 애초부터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낮은 수준에 보수를 책정하고 이에 따라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장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추진된 것”이라며 “현대차도 이런 원칙에 동의해 투자를 진행하려는 것인데 이를 위해 단체협약 교섭을 당분간 유예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과 회사가 임금과 노동시간을 제외한 기타 노동조건을 놓고 교섭해 합의에 이른 사안들을 노사가 따라야 할 규범으로 정한 것을 말한다.
임금과 노동시간은 해마다 진행되는 임금협약 협상에서 정해지지만 단체협약에 복리후생과 휴가 일수 등 실질 임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포함되기 때문에 임금 인상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다.
현대차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현대차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에 명시된 대로 단체협약 교섭을 2년 마다 진행하게 되면 광주 위탁생산공장 설립을 통한 실익을 얻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경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인건비 비중을 낮추는 것이 핵심인데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다 보면 자칫 수익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노조가 향후 단체협약 요구안 관철을 이유로 파업하는 것을 가장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주도하는 신설법인이 노조와 교섭할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의 주장을 내걸고 목소리를 높이고 이를 신설법인이 받아들인다면 현대차는 책임만 떠안게 될 수도 있다.
현대차가 4일 광주광역시 투자유치추진단과 만나 광주형 일자리에 잠정 합의한 것도 협상단에 단체교섭을 미룰 수 있는 조건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추진단이 합의했던 광주형 일자리 노사상생발전협정서 제1조 2항을 보면 노사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을 ‘경형SUV 누적 35만 대 생산’까지로 정한다고 돼 있다.
현대차가 광주 위탁생산공장에서 연간 7만 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감안할 때 최대 5년까지 단체협약 교섭이 유예된다.
▲ 5일 오전 광주광역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형 일자리' 협상 잠정 합의안의 추인 여부를 심의할 노사민정협의회 하반기 본회의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광역시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따라 잠정 합의안을 다시 수정했지만 이를 현대차가 공식적으로 거부하면서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평가됐던 광주형 일자리사업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온다.
한국노총 광주본부와 현대차가 정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물론 협상주체인 광주광역시와 현대차, 노동계 모두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어 타결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광주형 일자리가 단순한 기업의 투자사업이 아니라 노사민정의 합의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에서 타협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체협약 유예기간을 단축하는 안이 가능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현대차가 현재 태도를 끝까지 고수해 판을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현대차가 '절충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한국노총도 민주당과 비판적 협력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유예기간 단축안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단체협약 유예라는 조항 자체가 '불법성'을 띠고 있는 만큼 유사시 법적 공방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지역 노동계를 설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를 지켜봐야한다”며 “투자자로서 수익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