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인 젊은 보험사 CEO(최고경영자)들이 올해 초 새로운 얼굴로 등장했지만 업황 악화 및 정부의 규제 강화라는 벽에 막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초 보수적 보험업계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경영 전면에 나선 50대 CEO들이 임기 첫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 50대 보험사 CEO인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왼쪽부터)과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허정수 KB생명 대표이사 사장. |
올해 초 보험사 CEO로 새롭게 이름을 올린 50대 CEO들은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1960년생)과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1963년생),
허정수 KB생명 대표이사 사장(1960년생), 정재욱 KDB생명 대표이사 사장(1961년생), 김경환 DGB생명 대표이사 사장(1959년생) 등이다.
현성철 사장이 끄는 삼성생명은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7257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2% 늘었다.
다만 2분기에 이뤄진 삼성전자 보유지분 매각 이익(7824억 원)을 제외하면 1년 전보다 25.5% 줄어든 수준이다.
즉시연금 및 암 보험 미지급금 등을 놓고 금융감독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점도 현 사장에게는 부담이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미지금급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해 놓았다.
금감원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황에서 삼성생명이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대표회사라는 점도 현 사장의 어깨를 누르는 과제다.
최영무 사장은 삼성화재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화재는 3분기 누적순이익 902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감소했다.
순이익이 뒷걸음질 쳤지만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맞춰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면서 순조롭게 체질개선을 이뤄내고 있다.
기존 전속 보험설계사 중심의 판매전략에서 벗어나 독립보험대리점(GA) 판매채널 비중을 늘리면서 영업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최 사장은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보험료를 3%가량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대 인상폭을 권고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을 어떻게 설득하는지에 따라 내년 실적 지표의 향방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허정수 KB생명 사장은 인수합병 전문가로 새 생명보험회사를 인수합병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올해 대형 매물로 꼽히던 오렌지라이프가 신한금융지주 품에 안기면서 머쓱하게 됐다.
KB생명은 3분기 누적순이익 134억 원을 거둬 1년 전보다 42.5%나 줄었다. KB금융그룹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KB생명의 구원투수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한 해인 셈이다.
정재욱 KDB생명 사장과 김경환 DGB생명 사장 역시 만족하지 못하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정재욱 사장은 부실에 빠진 KDB생명을 맡아 1분기에 순이익 35억 원을 거둬 6분기 만에 흑자를 낸 뒤 2분기에도 순이익 338억 원을 올리며 올해 목표였던 흑자경영에 다가섰지만 3분기에 순손실 217억 원을 내며 다시 고꾸라졌다.
KDB생명은 자본 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이자비용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발목이 잡혔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손해를 보더라도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지만 지금 KDB의 경영 여건상 관심을 보이는 곳은 거의 없다.
김경환 DGB생명 사장은 쪼그라드는 순이익과 더불어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측근인사로 분류되면서 입지가 불안하다.
DGB생명은 3분기 누적 순이익 25억 원을 내며 1년 전보다 74.7% 급감했다.
김 사장은 40년 동안 은행에서만 일한 ‘정통 은행맨’으로 처음 보험사 CEO를 맡아 보험업황에 대비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5월에 취임한 뒤
박인규 전 회장의 색채를 지우고 있는 만큼 더욱 궁지에 몰린다는 말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