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 부회장은 BU장 부회장에 오른 뒤 유통계열사 대표이사들에게 책 ‘제4의 물결이 온다’를 선물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다룬 이 책을 추천하면서 “책을 통해 미래의 통찰과 전략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Who] 이원준, 롯데그룹 e커머스 전환 선봉에서 어깨 무겁다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 부회장.


이 부회장이 그동안 길러왔던 통찰을 실천할 때가 왔다. 롯데그룹 유통계열사들이 제4의 물결을 맞닥뜨려 요동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등 유통계열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홈쇼핑 등 롯데그룹 유통계열사가 각각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몰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8월 롯데쇼핑 산하에 e커머스사업본부를 마련하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e커머스사업본부의 본사도 옮기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10월23일 앞으로 5년 동안 5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통부문에서 온라인사업의 역량을 업계 1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라인사업을 확대하고 복합쇼핑몰을 개발하는 데 12조5천 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롯데그룹 유통계열사를 둘러싼 e커머스(전자상거래)시장은 갈수록 주도권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최근 1조 원의 투자유치 소식을 발표한 지 채 한 달도 되기 전에 한국 e커머스시장의 강자인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2500억 원) 투자유치 소식을 알렸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쿠팡이 로켓배송 서비스를 안정화하고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쿠팡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온라인 사업을 운영하는 유통회사 모두에게 부정적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런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 온라인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7일 제1회 코리아 뉴라이프스타일 어워즈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 원을 달성할 것”이라며 “3800만 명에 이르는 롯데멤버스 회원과 1만1천여 오프라인 채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의 역량을 바탕으로 O4O(Online for Offline)전략을 통해 옴니채널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옴니채널은 소비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언제 어디서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년 째 강조해온 사업방식이다. 

이 부회장에게 온라인사업 성과는 절실하다. 롯데그룹 유통부문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에서 유통부문은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으로 2013년까지만 해도 이익기여도가 48%에 이르렀지만 2017년에는 26%로 쪼그라들었다. 쇼핑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국내 마트와 백화점의 성장이 정체되고 중국사업이 실적부진을 이어간 탓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2017년 말부터 10년 넘게 수조 원을 투자해왔던 중국 유통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돌아섰다. 
 
[오늘Who] 이원준, 롯데그룹 e커머스 전환 선봉에서 어깨 무겁다

▲ 롯데쇼핑 e커머스 로고.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를 놓고 “롯데쇼핑이 중국사업의 영향에서 벗어나 e커머스로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롯데그룹은 120여 곳에 가까웠던 중국 롯데마트를 모두 매각하거나 폐점해 철수했다. 중국 롯데백화점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은 “롯데쇼핑이 중국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중국리스크가 사라진 만큼 2019년을 실적 반등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며 “국내 백화점과 할인점의 손익개선흐름이 이어진다면 2020년에는 연간 영업이익 1조 원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쇼핑은 올해 영업이익 6760억 원가량 낼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2배 가까이 영업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수익성 중심 경영이 올해 인사에서 신 회장의 신임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단행할 임원 인사정책이 계열사의 수익성과 연계돼 있다고 판단해 올해 안에 이뤄질 임원인사에 주목한다”며 “롯데그룹 계열사는 시장지위에 비해 수익성이 나쁘다는 것이 문제인데 그만큼 개선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롯데그룹의 2019년의 행보에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올해 롯데그룹 임원인사는 12월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2019년을 롯데쇼핑 위상 회복의 원년으로 삼게 될까.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