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CEO가 다짐한 통합에너지회사라는 비전이 이르면 2019년에 실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CEO.
23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이 4년째 공을 들인 신규 석유화학 복합설비(RUC/ODC)가 11월 중에 본격 가동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석유화학 복합설비는 마지막 하나 남은 설비의 점검이 70%가량 진행됐다”며 “나머지 설비들은 이미 완전히 가동이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울산에 가동을 앞둔 석유화학 복합설비는 에쓰오일이 추진해 온 사업다각화를 통한 통합에너지 회사로의 전환에서 주춧돌 역할을 하는 시설이다.
잔사유 고도화설비(RUC)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값싼 중질유를 이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휘발유, 등유, 경유)와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ODC)는 프로필렌을 이용해 수익성이 높은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다.
에쓰오일은 이 설비를 통해 석유화학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고 정유사업의 의존도를 줄이려고 한다.
현대차증권은 내년 에쓰오일의 석유화학부문이 785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망치보다 95.3% 늘어나는 것이며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전망치인 36.3%에서 51.6%까지 높아진다.
이들 설비는 에쓰오일의 주력사업인 정유부문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에쓰오일은 정유사업을 통해 잔사유 고도화설비에서 경질유와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중질유를 직접 만들 수 있다. 잔사유 고도화설비에서 생산된 프로필렌은 바로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에서 에틸렌을 만드는 데 쓰인다. 원재료를 구매하기 위한 지출이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알 감디 CEO는 2016년 취임사에서 “정유부문뿐만 아니라 석유화학부문에도 공을 들여 통합에너지회사라는 비전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복합설비 가동을 앞두면서 알 감디 CEO의 이런 다짐은 현실화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11년부터 1조3천억 원을 투자해 파라자일렌 생산공장을 세우면서 석유화학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정유사업이 국제유가의 변동이라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움직인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정유사에 비해 석유화학부문 진출이 늦은 만큼 알 감디 CEO는 사업추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번에 가동을 앞둔 신규 석유화학 복합설비는 2014년 계획을 세우고 2015년 건설을 시작했다. 투자비만 4조8천억 원에 이른다.
알 감디 CEO는 석유화학제품의 판매에도 힘을 쏟았다. 무엇보다 판매망 안정화를 위해 장기 판매계약 비중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장기 계약 비중은 8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에쓰오일의 석유화학부문 매출은 매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13.7%였던 석유화학부문 매출 비중이 올해는 15.1%, 내년에는 20.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알 감디 CEO는 앞서 8월 곧 가동될 복합설비는 석유화학 프로젝트의 1단계일 뿐이라며 2단계 프로젝트를 위해 5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예고했다.
에쓰오일은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로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이용해 에틸렌을 만드는 스팀 분해설비를 짓고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도 늘리기로 했다.
2단계 프로젝트의 완료 시점은 2023년 뒤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사업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