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만 둬왔던 애널리스트의 삶에서 투자를 실행하는 시장 플레이어가 되고 싶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주목받는 애널리스트에서 사모펀드 대표로 변신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늘Who] 애널리스트 출신 강성부, '한진 지배구조' 큰 판 벌리다

▲ 강성부 KCGI 대표.


강 대표가 큰 경기에 뛰어들었다. 강 대표가 8월 설립한 펀드 KCGI는 한진칼 지분 9%를 사들이며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하게 밝혔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강 대표가 앞으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를 놓고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과거 동양종금증권(현재 유안타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지배구조에 관심을 둬왔다. 국내 증시가 저평가된 요인을 다른 곳에서 찾을 게 아니라 국내 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2005년에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보고서를 내며 유명세를 탔고 2012년 신한금융투자로 둥지를 옮겼다.

2015년 LK파트너스에 대표로 합류한 뒤에도 기업 지배구조를 향한 관심은 계속됐다. 국내 기업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사모펀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7월 LK파트너스 대표를 그만두고 기업 지배구조 전문 투자회사를 새로 만들어 독립했다.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공헌하고 싶다는 평소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다.

KCGI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약자다.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문제가 있는 회사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설립됐다.

한진그룹은 올해 초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횡포에 이어 오너일가의 불법 및 편법행위가 드러나면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를 강하게 받아왔다.

강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증권, 동양종금증권을 거쳤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 채권분석팀장과 글로벌자산전략팀장을 지냈으며 2015년 LIG그룹의 사모펀드인 LK파트너스 대표로 취임했다.

애널리스트 시절 홍성국 전 대우증권 사장,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 밑에서 기업 신용평가의 기초를 배웠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애널리스트들이다.

강 대표가 처음 언론의 주목을 받은 건 2017년 초 LK파트너스 대표 시절 시멘트업계의 큰 손인 한앤컴퍼니를 제치고 현대시멘트 인수에 성공하면서다. 당시 한앤컴퍼니, 베어링PEA·글랜우드PE,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현대시멘트를 손에 넣으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강 대표를 향한 투자자의 신임은 매우 두텁다. 강 대표가 내놓은 KCGI의 블라인드 펀드는 출시 1개월여 만에 1400억 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모았다. 

서울대 증권동아리 스믹(SMIC, SNU Midas Investment Club) 출신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스믹 출신으로는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본부장, 목대균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상무, 최준철·김민국 VIP투자자문 공동대표 등이 있다.

강 대표는 한진칼 지분 매입과 관련해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