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본격적으로 '이재용 시대'를 연 삼성전자의 경영체제와 주요 경영진 역할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의 역할을 강화하고 외국인과 여성 임원 승진자를 늘리는 인적 쇄신을 추진했는데 이런 기조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높다.
 
삼성전자 올해 임원인사에 '이재용 시대' 색깔 더욱 짙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른 시일에 연말 정기인사를 확정해 발표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해외 출장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며 경영에 사실상 복귀한 만큼 연말 임원인사에도 이 부회장의 뜻이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사업부문장을 모두 교체하고 60대 이상 경영진이 대부분 퇴진하는 대규모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사장 승진자는 7명, 임원 승진자는 221명으로 인사 규모도 역대 두번째로 컸다.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길어질 가능성을 대비해 삼성전자에 전문경영인 중심체제를 확실하게 자리잡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올해 삼성그룹 총수에 사실상 오르면서 역할과 책임이 확대됐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이재용 시대의 삼성전자를 열기 위한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에 더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주요 계열사가 향후 3년 동안 18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계획을 내놓은 만큼 이를 실행으로 옮길 적임자를 찾고 투자 전략을 구체화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올해 처음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맡은 주요 사장단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사업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가능성이 유력하는 등 성과를 증명했다. 김현석 CE부문 사장은 고가의 QLED TV 판매 확대로 삼성전자의 TV사업 부진 탈출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동진 IM부문 사장은 5G와 접는(폴더블) 스마트폰 등 삼성전자의 기술력 차별화를 증명할 차세대 제품을 적기에 출시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닦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시장 침체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방어전략을 마련하지 못해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과 IM부문 실적이 크게 줄어든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일부 인사 변동이 있더라도 대표이사 3인체제를 현행과 같이 유지하는 한편 인공지능과 전장부품, 5G 등 신사업을 책임지는 경영진의 규모와 역할을 확대하는 '변화 속 안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손영권 사장은 지난해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에, 데이비드 은 사장은 올해 최고혁신책임자(CIO)에 오르며 사업부문장과 별도로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역할을 맡았다.

올해도 이들과 같이 글로벌기업에서 삼성전자에 영입된 외부 인재들이 사장급으로 승진하거나 최고책임자 등 주요 역할을 맡게 되는 사례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올해 미국과 영국, 러시아와 캐나다 등 해외에 모두 6곳의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신설하면서 해외법인과 협업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팀 백스터 북미 총괄사장이 지난해 순수 외국인으로 유일한 사장급 임원 승진자에 올라 '유리천장'을 깬 것과 같이 해외법인을 이끄는 외국인 임원 승진자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4명의 외국인 임원 승진자를 발표하면서 "다양성 강화 차원에서 외국인의 승진 문호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인재 경영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올해 임원인사에 '이재용 시대' 색깔 더욱 짙어진다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 사장(왼쪽)과 데이비드 은 최고혁신책임자 사장.


여성 임원 승진자도 지난해 모두 9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는데 올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시대를 맞아 경력이나 출신보다 능력을 우선 순위로 두는 '성과주의'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 만큼 올해도 여러 명의 40대 임원 승진자 또는 발탁 승진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차기 CEO에 오를 수 있는 후보군을 두텁게 한다는 목적으로 역대 가장 많은 27명의 부사장 승진자를 배출했다. 올해도 이런 기조가 유지될 공산이 크다.

이 부회장이 본격적 경영 참여를 위해 삼성전자에서 정식으로 직책을 맡게 될 가능성도 나온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올라 있지만 특별한 직책은 맡고 있지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연말인사 시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