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와 정부 인사를 통해
이낙연 국무총리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국정을 대통령과 함께 수행하는 ‘책임 총리’로서 위상을 굳히고 그가 이끄는 내각에도 힘을 실어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이낙연 국무총리. <연합뉴스> |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국빈 방문과 정상회담을 비롯한 정상외교를 이 총리와 분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다자회담에 이 총리를 더욱 많이 보낼 뜻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전에도 이 총리의 해외 순방을 권장하고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도 두 차례 내주기도 했는데 이런 기조를 더욱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9일 신임 대사들에게 신임장을 주면서 “한국 총리는 헌법상 국정을 총괄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대통령제 중심인 국가 가운데 총리가 그런 위상을 보유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와 청와대 인사를 일부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의견을 적극 낸 것으로 확인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새로 지명된 인사들의 인선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 총리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강력하게 천거했다”고 밝혔다.
홍 후보자는 총리를 보좌하면서 부처 사이의 현안을 조율하는 국무조정실장으로 이 총리를 뒷받침해 왔다. 이때 좋은 업무능력을 보여 이 총리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노형욱 국무조정실장도 직접 추천했다. 노 실장은 국무조정실 2차장으로서 이 총리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왔다. 이 총리의 광주 제일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이 총리가 10월 MBC ‘100분토론’에서 “내각 각료 가운데 나와 (대통령이) 협의하지 않고 임명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는데 이번 인사에서도 영향력을 다시 한번 보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외교와 인사 양쪽에서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대선 후보 시절 공약했던 책임 총리제를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책임 총리제는 총리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던 국정 권한과 책임을 함께 나누는 제도를 말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 총리와 70여 차례 만나 주례보고를 들으면서 국정 현안을 함께 논의해 왔다. 연초에는 부처 업무보고이 총리에게 처음으로 맡겼다.
문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자 “이 총리를 비롯한 부처들이 잘했다”며 “국회에서 주장하는 총리 추천제로는 이 총리 같은 좋은 사람을 모실 수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외교와 인사에서도 이 총리를 책임총리로 밀어주면서 이 총리의 정치적 입지도 더욱 굳건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 총리는 최근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진보와 보수 진영을 아우른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오르고 있다.
그가 문 대통령의 지지를 바탕으로 메르스 사태 등의 현안에 적절하게 대처하면서 내정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는 점이 선호도를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 총리가 추천한 홍 후보자가 경제부총리로 확정되면 이 총리의 영향력이 내정 외교 인사에 더해 경제정책으로 넓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도 갈등설에 휩싸였던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을 한꺼번에 교체하면서 경제부총리를 ‘원 톱’으로 밀어줄 뜻을 보이는 등 이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 힘을 싣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