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가 아이폰에 매출과 영업이익을 대부분 의존하던 애플을 성장성이 높은 콘텐츠 전문기업으로 바꿔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쿡 CEO는 1일 자체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애플은 앱스토어 출범 10주년을 맞아 서비스부문에서 처음 분기 매출 100억 달러를 올리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애플의 서비스부문 매출에는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앱과 동영상 콘텐츠, 음악과 전자책 등의 판매실적이 모두 반영된다.
쿡 CEO는 지난해 분기당 70억 달러 안팎이던 애플 콘텐츠사업의 매출 규모를 2020년까지 2배로 늘려 콘텐츠사업만으로 세계 100대 기업 안에 들 수 있는 규모로 키우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내놓았다.
콘텐츠사업 매출이 실제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목표 달성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애플은 이번 실적 발표를 마지막으로 아이폰을 포함한 하드웨어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스마트폰시장 침체로 아이폰 판매량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주주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아이폰 판매량은 아이폰6S가 출시된 2015년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해왔지만 2016년부터 뚜렷한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크로스리서치는 블룸버그를 통해 "애플은 주주들이 아이폰이 아닌 콘텐츠사업의 가파른 성장세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판매량을 숨기기로 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애플을 하드웨어업체가 아닌 콘텐츠 전문기업으로 키워내겠다고 강조하는 쿡 CEO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변화로 해석된다.
애플은 아이폰 외에도 태블릿PC '아이패드'와 애플워치, 맥 PC 등 하드웨어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제품 판매를 통한 외형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콘텐츠사업은 애플 기기를 이미 구매한 사용자들로부터 꾸준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애플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기 충분하다.
쿡 CEO가 실적발표회에서 "애플은 올해까지 모두 20억 대의 모바일기기를 판매했다"고 강조한 점도 세계의 수많은 애플 기기 사용자가 곧 성장동력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최근 직접 동영상 제작에 뛰어들고 증강현실과 같은 새 분야로 콘텐츠 플랫폼도 확대하면서 콘텐츠사업의 매출 다각화에도 온힘을 쏟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최근 6.5인치 대화면을 탑재한 아이폰XS맥스를 출시한 점도 결국 콘텐츠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시장 조사기관 칸타월드패널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6인치 이상의 화면을 탑재한 스마트폰 사용자는 다른 사용자보다 모바일게임을 하는 비중이 62% 높고 동영상을 시청하는 시간도 평균 2배 정도로 많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콘텐츠사업은 특성상 수익성이 높고 아이폰 등 다른 사업과 비교해 가장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에 애플의 이익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분야로 자리잡을 공산도 크다.
증권사 번스타인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기업이 가장 빠른 추진동력을 앞세워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아이폰은 더 이상 애플의 최고 사업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