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M'에 사행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십니까? 사행성입니까 아닙니까? 사행성이 아닙니까?”
“게임 내에서 사행성을 유도하고 있지 않습니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모바일게임 '리니지M'의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리니지M'의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사행성 논란과 관련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거듭된 추궁에 이렇게 대답했다.
김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손 의원은 보충질의에 쓸 시간 5분을 더해 주어진 12분의 시간을 모두 리니지M의 사행성을 증명하는 데 썼다.
손 의원은 “출시 1년 만에 매출 100억 원을 올리면 보통 ‘히트상품’으로 분류되는데 리니지M은 출시 1년 만에 1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거둔 ‘놀랍고 위대한 게임’”이라고 질문을 시작했다.
손 의원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은 100만 명이 즐기는 게임이고 그 가운데 90%는 돈을 내지 않고 게임을 즐기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10%에 해당하는 10만 명이 돈을 내고 리니지M을 즐기고 있으며 그 가운데 또 일부분은 사행성에 빠져 큰 폐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 의원은 이어 김 대표를 향해 “리니지M에 사행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느냐”고 캐물었다.
김 대표는 “리니지M은 20년 전 개발한 리니지를 모바일로 옮겨놓은 것으로 역할수행게임 장르에 속하는 게임이다”고 말문을 열어 해명하려고 하자 손 의원은 “그런 내용은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라며 말을 잘랐다.
손 의원은 “리니지M이 사행성으로 문제되는 점을 두고 온라인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과금에 한도가 있었지만 모바일게임으로 옮겨오면서 한도가 없어진 데 있다”며 “이용자를 포함한 모두가 한도가 없어져 게임이 사행성으로 흐르고 있다고 이야기하는데도 엔씨소프트 측은 사행성이 아니라고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의원은 김 대표를 향해 “게임을 개발한 대표로서 리니지M이 사행성 게임입니까 아닙니까”라고 다시 한 번 답변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제가 알기로 도박은 금품을 걸고 게임을 하는 행위인데 리니지M은 요행을 바라보고 금품을 취득하지 않는다”며 “사용자들이 얻는 아이템은 게임을 위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김 대표는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 자체에서 금품을 걸지 않는다는 점을 한 번 더 강조하고 “리니지M이 게임 내에서 사행성을 유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 의원은 감장에서 김 대표가 직접 출연한 리니지M의 광고를 틀었다.
이 광고는 꿈에 ‘택진이형’을 만나서 오늘 무기 강화(게임 내 인챈트)를 해보겠다는 내용이 주요 줄거리다. 광고 속 배우가 무기 강화에 실패하자 김 대표가 나오면서 주머니에서 쿠폰을 꺼내서 주는 장면으로 끝난다.
손 의원은 이 광고에서 김 대표가 쿠폰을 주는 행위가 노름판에서 주고받는 일명 ‘개평’과 같은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김 대표는 “베팅이란 용어를 썼는데 리니지M에서는 게임 이용자들이 돈을 내고 베팅행위를 하지 않는다”며 “확률형 게임은 게임 아이템을 사용자들에게 공정하게 나눠주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해명했다.
국감장에서는 베팅의 단위와 속도가 사행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며 슬롯머신과 게임에서 이용자들이 아이템을 얻기 위해 구매행위를 하는 속도를 비교한 영상도 상영됐다.
영상에 따르면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돈을 쓰는 속도가 슬롯머신에 돈을 넣는 속도보다 3배 가까이 빨랐다.
손 의원은 “슬롯머신만큼 베팅 속도가 빠른 게 없는데 확률형 게임에서 슬롯머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의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며 “판돈 액수가 적어 반복적으로 베팅했을 때 이용자 스스로가 느끼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손 의원은 “확률형 게임의 사행성 정도와 쏟아붓는 돈의 액수가 전형적 도박과도 비교해도 엄청나다”며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을 비롯한 모두가 사행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고 특히 그 게임으로 큰 돈을 번 게임을 만든 사람이 사행성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가 나서게 되는 것”이라고 추궁했다.
그는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으로 생각지 못한 폐해가 이용자들에게 돌아간다면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온라인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과금에 규제가 적용되고 있듯이 모바일게임에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 의원은 발언시간이 지나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위대한 게임’에 걸맞는 책임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안민석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도 “열심히 돈 많이 버시고 선한 일에도 좀 쓰라는 말 같다”고 거들었다.
김 대표는 이후 조경태,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과 질의응답에서 청소년 보호를 위해 확률형 아이템 제한, 결제 한도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는 뜻을 내보였다.
김 대표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확률형 아이템 제한, 결제한도 등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만의 노력으로는 힘들다고 봤다.
김 대표는 “구글과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 정책상 이용자의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아 누가 청소년인지 확인할 근거가 없다”며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과 달리 서비스 방식이 달라 엔씨소프트 등 게임업체 하나가 아닌 정부 등 관련기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리니지M은 엔씨소프트의 대표적 모바일게임으로서 출시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등 엔씨소프트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7월 와이즈앱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1~6월 리니지M 매출은 모두 4156억 원이다. 2위에 오른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 매출이 1235억 원, 3위 넷마블 리니지2레볼루션 메출이 741억 원인 것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 이용자가 돈을 내고 사는 유료 아이템의 하나다. 구체적 아이템의 종류나 효과, 성능 등이 게임회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높은 등급의 아이템은 얻을 수 있는 확률이 지극히 낮아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 논란을 두고 정부와 여론의 관심과 비난이 뜨거운 가운데 김 대표의 출석이 알려지면서 게임업계는 물론 게임 이용자들까지 이번 국감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 대표가 확률형 아이템으로 도마 위에 오른 대표적 모바일게임 ‘리니지M'을 만든 엔씨소프트의 창업주이자 대표이사이면서 게임업계 1세대로 업계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