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패션사업에서 에잇세컨즈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 사장은 유통업계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최근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라이프 스타일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15일 가로수길에 아시아 최초로 스웨덴 토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그라니트의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지상1~2층은 그라니트 매장이 들어섰고 지하 1층에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아러바우트(r.about) 카페를 운영한다.
그라니트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의류 브랜드가 아닌 브랜드로서는 처음 취급하는 브랜드다. 이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선택했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기존에 취급하던 브랜드도 라이프 스타일 영역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편집매장 비이커를 통해 선보이던 브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메종키츠네도 19일 가로수길에 플래그십 매장을 냈다.
1층에 파리, 도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카페 키츠네를 입점해 카페 운영과 함께 액세서리, 디자인 제품 등을 판매한다.
이 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온라인몰 SSF샵도 최근 3주년을 맞아 단순 패션몰이 아니라 의식주 등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다루는 스타일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시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7월 한남동에 문을 연 의류 브랜드 띠어리의 플래그십스토어는 까페와 소규모 공연장, 청음 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이 사장이 패션을 넘어서 라이프 스타일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다만 라이프 스타일시장은 최근 신세계, 현대백화점, 한샘 등 대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사장이 그라니트 등 신규 사업을 안착하려면 이들과 차별성을 확보하는 일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로 2015년 말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에 올랐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도기에서 ‘오너 경영’의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사장은 2015~2016년 적자였던 패션부문 영업이익을 2017년에 흑자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2017년 매출은 1조7천억 원으로 2016년 1조8천억 원보다 역성장했다.
패션부문의 성장 둔화는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의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이 사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에잇세컨즈는 2012년 출범하며 2020년까지 매출 10조 원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이미 목표 달성 경로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에잇세컨즈는 2017년 1860억 원의 매출을 올려 국산 SPA브랜드로 경쟁하는 이랜드월드의 스파오(3200억 원)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에잇세컨즈는 전략시장인 중국에서 부진했다. 에잇세컨즈는 2016년 9월 중국 상하이에 초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으나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로써 에잇세컨즈는 중국 오프라인시장에서 철수하고 온라인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매장 철수는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전략을 다변화한 것”이라며 “온라인과 쇼핑몰을 통해 중국 사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