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공동인증서인 뱅크사인이 나온 지 두 달이 돼 가도록 은행 이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뱅크사인은 사용 범위나 간편성 등에 혁신적 조치가 없다면 개발비만 수십억 원을 들인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은행연합회가 8월27일 서울시 중구 은행회관에서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을 도입한 은행공동인증서비스인 ‘뱅크사인’ 출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뱅크사인은 17일 기준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5만 건의 다운로드 횟수를 보이고 있다.
뱅크사인은 은행연합회 회원은행 18곳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공동인증 서비스다. 전자거래의 간편성과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8월27일 모바일 버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협회에 따르면 8월 국내 애플리케이션시장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61.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가 5만 건을 보여 뱅크사인의 전체 다운로드 횟수는 9만 건이 되지 못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올해 2분기 한국은행이 발표한 모바일뱅킹 등록 이용자 9977만 명(중복 포함)의 0.1%에도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은행연합회는 뱅크사인의 다운로드 횟수 등 구체적 자료를 내놓지는 않고 있다.
뱅크사인의 PC버전이 8일 우리은행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상황을 바꾸기는 힘들어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이용 방식의 대세가 PC에서 모바일로 이미 넘어왔다”며 “모바일에서 자리잡지 못한 뱅크사인은 PC버전에서도 고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크사인이 전자거래에서 공인인증서를 성공적으로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나왔다.
뱅크사인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하는데다 은행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인증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해 기존 공인인증서의 ‘다른 은행 인증서 가져오기’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연합회가 뱅크사인을 더 가다듬은 뒤 내놓아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뱅크사인 출시를 놓고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며 “증권사, 보험사 등과의 연계 등을 감안해 출시했다면 지금처럼 외면받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기 위해 뱅크사인을 내놨지만 증권사와 보험사는 여전히 공인인증서만을 사용하고 있다.
증권과 보험 업무를 함께 다루는 이용자는 기존 공인인증서를 두고 은행만 사용가능한 뱅크사인을 사용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뱅크사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뱅크사인이 가진 문제점들을 빨리 해결하고 이용자들에게 복수 은행의 연계 대출이나 수수료 할인 등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