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석유화학업계는 저유가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LG화학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은 2%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25%나 감소했다.

그러나 한줄기 서광이 비친다. 전지사업부문이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했다. 매출은 10.5%, 영업이익은 100.9% 증가했다. 

  박진수, LG화학 에너지저장장치로 저유가 탈출 꾀해  
▲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박진수 부회장은 LG화학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에 기대를 걸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 테하차피 풍력발전단지에 북미 최대인 32㎿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 설비를 준공했다.

이 에너지저장장치는 날씨에 따라 불규칙하게 생산되는 풍력발전전기를 모았다가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32㎿h는 100가구가 한 달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이 에너지저장장치에 들어간 개별 배터리는 전기차 2100대 이상의 분량이다.

LG화학은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를 구축해 배터리 생산뿐 아니라 설비시공과 관리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독일 지멘스와 에너지저장장치사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G화학은 지멘스와 올해 50㎿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사업을 공동추진하기로 했다.

LG화학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올해 일본에서 큰 성과를 냈다. LG화학은 지난 15일 홋카이도지역 태양광발전소 네 곳의 31㎿h 규모 에너지저장장치 구축사업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됐다.  

이번 배터리 공급 계약은 파나소닉과 히타치 등 일본기업들을 제치고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홋카이도 전력당국은 선정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폭을 분당 1% 이하로 제한했다. 통상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서 허용하는 출력변동폭이 분당 10%였던 것을 뛰어넘는 강력한 규제였다.

LG화학은 업계 최초로 이 기준을 통과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 계약 이후 일본 내 다른 민간 발전사들로부터 에너지저장장치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일본시장에서 추가수주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본 에너지저장장치시장은 올해 623억 엔에서 2025년 2454억 엔으로 연평균 약 14.7%의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LG화학은 올해 중앙연구소를 확대개편하고 이진규 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를 수석연구위원으로 영입하는 등 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유가하락으로 타격을 입은 석유화학부문보다 전지부문에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국제유가가 서서히 오르고 있으나 반등을 논하기 이르다”며 당분간 저유가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하락은 주력사업인 석유화학부문에도 타격을 주지만 전지사업 부문의 주축인 전기차 배터리사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가가 떨어지면 전방산업인 전기차의 경쟁력이 떨어져 배터리사업도 위축되기 때문이다. LG화학이 전지사업부문 중에서도 에너지저장장치를 유일한 돌파구로 여기는 이유다.

세계 에너지저장장치시장은 2013년 16조 원에서 2020년 58조 원으로 3배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권영수 사장은 “북미와 유럽에 이어 일본시장을 공략해 에너지저장장치 분야에서 세계 일등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