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반도체사업의 수익성 저하로 D램 의존을 낮추려는 전략에 차질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D램의 기술 차별화에 집중해 성장을 추진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7일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난해 강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기업의 공장 증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72단 3D낸드 공정을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 투자를 벌였다. 그동안 D램에 비해 실적에 기여하는 비중이 낮았던 낸드플래시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증설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할 때부터 반도체업황이 나빠져 평균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투자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게 됐다.
삼성전자와 도시바,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 등 낸드플래시 주요 경쟁사가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시기에 대규모 생산 투자를 벌이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낸드플래시 매출은 8조427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2%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2.2%에서 20.9%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연간 영업이익에서 낸드플래시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1.2%에서 올해 7.8%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D램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D램업황은 세계시장 점유율의 5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전략 변화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가 D램에만 실적을 의존하기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D램 출하량을 크게 늘려 경쟁사들의 실적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증권가에서 나온 뒤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하는 일도 일어났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이미 다른 반도체기업과 가격 경쟁을 주도하는 전략을 앞세우고 있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사업 전망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수익성 격차를 앞세워 가격 경쟁을 유도할 여력이 충분하다"며 "이런 전략이 이어지면 특히 SK하이닉스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영업이익률이 올해 43%에서 내년 37%로 줄어드는 반면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영업이익률은 올해 11%에서 내년 4%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업황이 나빠져도 충분한 수익성을 낼 수 있지만 SK하이닉스는 결국 내년에 D램사업에서 거의 모든 실적을 책임져야만 하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업황 변화를 극복할 뚜렷한 대응방법을 찾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D램 실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D램에 실적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 최대한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실적 성장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등 D램업체들은 차별화된 공정 기술을 통해 인공지능 등 분야에 사용되는 고성능 반도체 수요를 노릴 것"이라며 "D램 기술 발전은 중국 반도체기업의 시장 진입을 방어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과 TSV(실리콘관통전극) 등 고성능 D램에만 활용되는 생산 공정의 비중을 빠르게 늘리며 기술 차별화와 고수익성 반도체의 생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생산량에서 HBM과 TSV공정 기반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약 5% 안팎에서 내년 말에는 20% 수준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