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에 따라 기금운용 인력 확충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전주 이전과 시장 대비 낮은 보수 등으로 기금운용 전문가들의 이탈을 막는 데 난항을 겪어왔는데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한 처우 개선이 사실상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된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기금운용역 충원 '발등에 불'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29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30일 국민연금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다시 의결한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주주 활동 등 수탁자 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하도록 하는 행동지침을 의미한다.

애초 26일 회의에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최종안을 의결하기로 했지만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와 관련한 일부 사항에 합의를 보지 못해 도입 일정이 연기됐다.

보건복지부가 재논의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관련해 최근 공청회에서 내세운 원칙을 수정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으로서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임박하면서 인력 충원이 더욱 절실한 상황에 몰리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열린 공청회에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관련한 7개 원칙을 공개했다.

수탁자의 책임정책 제정 및 공개와 이해상충 방지정책 제정 및 공개 등으로 구성됐는데 7번째 원칙으로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역량과 전문성 확보’가 명시됐다.

보건복지부는 “기금본부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인력을 확충해야 하고 외부 기관과 간담회·교류 등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원활한 주주권 행사를 위해 기금본부 전담조직(책임투자팀) 인력과 조직을 확충하기로 했다. 현재 9명인 책임투자팀을 2019년 하반기까지 30여 명으로 확대한다는 구체적 목표도 세웠다.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 앞으로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때마다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원칙’을 지켜야 한다. 만약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국민연금은 합리적 사유와 대안 등을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부과된 인력 충원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연금은 현재 기금을 운용할 인력들을 충원하는 데 큰 애를 먹고 있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따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둥지를 옮기면서 입지적 조건을 고려한 인력 이탈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국민연금에게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직 전체 인원 278명 가운데 30%가 넘는 인원이 퇴사했다.

퇴사자 수는 2013년 7명, 2014년 9명, 2015년 10명에 불과했지만 본사의 전주 이전이 결정된 2016년 30명으로 급증했다. 2017년 퇴사자 수는 27명으로 입사자 수 26명을 앞지르기도 했다.

기금운용본부 최고위직 공백 사태도 지속되고 있다. 김재범 기금운용본부 대체투자실장이 최근 개인적 사유를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김 실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기금운용본부 최고위직 9개 자리 가운데 다섯 자리가 공석이 된다.

현재 실장이 비어있는 자리는 기금운용본부장(CIO)을 비롯해 해외대체실장과 주식운용실장, 해외증권실장 등이다.

자산운용업계와 대비 낮은 보수가 인력 이탈을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국민연금은 2016년 4분기에 전체 운용역의 기본급을 10%를 인상하고 실·팀장급 운용역의 기본급에 일종의 성과급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급여를 올려줬지만 보수가 시장 수준의 평균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연금도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급여 상향을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쏟고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세계 3대 연기금의 위상에 맞게 국민연금 운용직의 처우 개선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기금운용본부 운용직 급여를 시장의 상위 25% 수준으로 개선해야 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국민연금 운용직 보수를 개선하기 위해 2019년에 필요한 예산은 약 109억 원이라고 국민연금은 파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