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대책으로 내놓았던 ‘코스닥 벤처펀드’가 상당한 자금을 모은 데에 반해 코스닥지수 부양에는 아직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스닥 벤처펀드는 출시된 지 100여 일만에 3조 원 가까이 팔리는 등 흥행에 성공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의 하락폭을 줄이는 데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코스닥 벤처펀드’ 흥행 성공했지만 증시 부양효과는 기대이하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스닥 벤처펀드는 4월5일 첫 상품이 나온 뒤 100여 일 동안 3조 원 가까운 금액을 끌어모았다. 사진은 4월3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코스닥 벤처펀드 운용사 간담회의 모습. <연합뉴스>


코스닥 벤처펀드는 운용자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해제된 지 7년 이내이고 코스닥에 상장한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코스닥 벤처펀드에 가입하면 코스닥에 새로 상장한 기업 공모주식의 30%를 우선적으로 배정받는 혜택도 있다. 펀드 투자자도 한도 300만 원 이내에서 소득공제 10%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코스닥 벤처펀드를 통해 개인투자자의 코스닥 상장기업 투자를 늘려 코스닥지수를 끌어올리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도 더욱 손쉽게 만들 목표를 세웠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4월5일 처음으로 출시된 코스닥 벤처펀드에 가입하면서 “(코스닥 벤처펀드를 통해) 코스닥에서 혁신기업이 성장한 과실을 투자자와 공유하면 국민의 자산 증가로 이어지면서 국민이 혁신성장의 혜택을 직접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지금까지 양호한 판매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전체 상품 수는 첫 상품이 나온 4월5일 46개에서 7월 초 기준 219개로 늘었고 누적 판매액도 2조9619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코스닥지수는 최근 820대로 떨어져 4월5일 종가 868.93보다 5% 이상 하락하면서 코스닥 벤처펀드의 흥행이 코스닥지수의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 글로벌 악재가 불거진 탓이 크다”면서도 “코스닥지수가 흔들리자 코스닥 상장기업에 많이 투자한 코스닥 벤처펀드의 수익률도 하락했고 투자자의 관심이 주식보다 전환사채 등에 더욱 쏠려 주가 부양 효과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공모형 코스닥 벤처펀드 12개 가운데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기업[주혼-파생]종류A’(4.87%)을 제외한 11개가 최근 3개월 기준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사모형 코스닥 벤처펀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투자자 1인당 최소 1억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개미’ 투자자의 투자장벽이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사모펀드 중심으로 운용되면서 기존 주식 대신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으로 돈이 쏠려 코스닥지수 부양 효과가 떨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공모펀드는 상장기업 주식의 투자비중이 높은 반면 사모펀드는 대체로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처럼 채권-주식의 중간 형태인 주식연계채권에 투자하는 쪽을 선호해 코스닥시장에 자금이 실제로 풀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5월1일 내놓은 ‘코스닥 벤처펀드 개선방안’에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하는 기준을 펀드 순자산 규모로 잡아 공모펀드에 공모주 자금이 모이도록 유도하는 내용 등을 넣었지만 사모펀드 쏠림 현상이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초 기준으로 코스닥 벤처펀드 219개 가운데 공모펀드 수는 12개로 집계돼 사모펀드(209개)보다 훨씬 적다. 전체 설정액도 공모펀드는 5119억 원에 머무른 반면 사모펀드는 1조3971억 원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