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마음’.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파업 사태에 대처하며 강조한 말이다. 최 사장은 파업 발발 직후인 지난 9일 대국민 사과문에서 “집나간 자녀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철도원들이 숭고한 일터로 속히 돌아오기를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여성 사장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용어일 수도 있다.

최 사장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기다리겠다더니 지금까지 8,000명 가까운 파업 참여자들을 직위 해제했다. 그는 지난 13일 발표문에서 “사랑하는 직원들을 회초리를 든 어머니의 찢어지는 마음으로 직위해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게 어머니의 마음이 맞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최 사장의 ‘어머니의 마음’은 대체 무슨 말일까.

  코레일 최연혜는 박근혜와 '이란성 쌍둥이?'  
▲ 19대 총선 당시 최연혜 후보 지원에 나선 박근혜

◆ 박근혜 대통령이 하던 말 ‘어머니 마음’

‘어머니의 마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작년 이맘때다. ‘어머니의 마음’은 박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즐겨 사용하던 말이었다. 박 대통령은 작년 대통령후보 토론회에서 “열 자식 안 굶기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으며, 기자회견에서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삶을 돌보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한 적 있다.


박 대통령이 ‘어머니의 마음’ 발언을 했을 때 과연 진정 어머니의 마음을 알고 있느냐고 꼬집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은 결국 당선됐다. 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많은 사람들은 박 대통령의 말처럼 포용력 있는 어머니 정치를 기대했다. 그러나 당선 이후 박 대통령은 그리 포용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밀실 인사 논란으로 오히려 불통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 축소 등 후보자 시절 공약 중 많은 것들을 파기했다. '어머니'라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최 사장의 모습이 이에 판박이로 겹친다. 최 사장 역시 지금까지 ‘어머니의 마음’이라고 말하면서 노조와 대화는 전혀 하지 않은 채 무조건 복귀하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머니’에게 기대하는 포용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최 사장은 작년 초 “경쟁은 국가경제 파탄”이라는 기조로 정부의 철도 민영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다가 지금은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말 바꾸기 역시 어머니의 모습은 아니다. 결국 최 사장은 위기를 빠져나가기 위해 박 대통령을 대선에서 승리하게 만들어 주었던 ‘어머니’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을 뿐이다.


◆ 최연혜, 박근혜와 이란성 쌍둥이인가?

최 사장이 박 대통령의 이미지를 모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한다. 최 사장은 박 대통령과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지난 10월2일 코레일 사장에 취임해 공기업 최초 여성 CEO가 됐다. 이전에도 그는 공기업 최초 여성 부사장, 철도대학 최초 여성 총장 등 많은 여성 최초 타이틀을 달았다.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과 닮은 점이다.


뿐만 아니라 둘 사이의 유대도 깊다. 최 사장은 철도교통 분야에서 오래 일한 전문가이지만, 작년 19대 총선에서 대전 서구을 지역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대전 서구을은 새누리당의 전략공천 지역으로, 당시 우위에 있던 나경수 당협위원장을 제치고 최 사장이 공천된 것에 대해서 당내에서도 불만이 컸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지도부는 최 사장과 박 대통령의 연대를 적극 지원했다. 당시 조동성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장은 박 대통령을 빅 시스터, 최 사장을 미들 시스터, 손수조 전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을 리틀 시스터라 칭하며 새누리당의 여성 대표들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코레일 최연혜는 박근혜와 '이란성 쌍둥이?'  
▲ 최연혜와 박근혜

박 대통령은 최 사장을 같은 여성 동지로서 든든하게 지지해 주었다. 최 사장은 총선에서 대전지역 새누리당 득표율인 35.33%에 크게 밑도는 23.26%의 득표율에 그치며 낙선했지만, 이후에도 대전 서구을 지역위원장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결국 박 대통령 취임 첫해인 올해 코레일 사장으로 선임됐다. 박 대통령과 최 사장 사이에 유대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 박근혜 닮은 최연혜의 ‘어머니’상 괜찮나

최 사장과 박 대통령 모두 최고 지위에 오른 여성으로서 ‘어머니의 마음’을 강조했다. 말로는 ‘어머니’라고 하지만 일반적 어머니 상과는 거리가 멀다. 19대 총선 당시 최 사장의 두딸은 각각 직장을 그만두거나 학교를 휴학하고 최 사장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최 사장이 가진 ‘어머니의 마음’은 단순히 자식이 어머니를 위해 헌신하고 떠받들어 주길 바라는 것일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코레일 직원들은 꽤 엄한 어머니를 둔 셈이다.


게다가 만약 최 사장의 ‘어머니’ 상이 박 대통령과 공유하는 것이라면 최 사장 역시 박 대통령처럼 불통의 리더십을 닮아갈 것이다. 박 대통령은 '어머니'라 말하면서 포용력 있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최 사장 역시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노사의 대화는 이루어지기 어렵고, 파업은 더욱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