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접는(폴더블) 스마트폰 출시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출하량이 적어 실적이나 시장 점유율에 실제로 기여하는 수준은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접는 스마트폰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증명하고 애플이나 화웨이 등 경쟁 스마트폰업체와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접는 스마트폰이 나온다, 기술 우위 입증할 '총아' 되나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1일 "삼성전자가 7년 가까이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진 접는 스마트폰 출시가 현실과 가까워지고 있다"며 "수많은 기술적 난관을 극복한 성과"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공개를 목표로 접는 스마트폰 개발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접는 스마트폰 시제품을 공개하고 출시시기를 검토해 왔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 계열사도 접는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있는 부품과 소재를 핵심 과제로 연구개발하며 출시 시기에 맞춰 공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는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발전에 한계를 맞아 수요가 정체되고 있는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잠재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출시할 접는 스마트폰은 높은 가격과 생산수율 등 기술적 문제로 실제 소비자들에 판매되는 물량은 매우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포브스는 증권사 관계자를 인용해 접는 스마트폰의 판매가격이 200만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판매되는 갤럭시S9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보다 2배가 넘는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내년에 생산할 접는 스마트폰 초기 수량을 30~50만 대 수준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연간 판매량이 4천만~7천만 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적과 시장 점유율에 기여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아직 상용화 사례가 없는 폴더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의 수율도 아직 매우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단기간에 출하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낮다.

접는 스마트폰이 기술적으로 일반 스마트폰과 비교해 배터리 효율이나 휴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실제 수요를 자극하기 어려울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접는 스마트폰을 출시해 의미있는 수준의 수익을 내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접는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적극적으로 앞세우는 이유는 글로벌시장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증명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업체는 최근 다양한 형태 스마트폰 디자인을 선보이며 삼성전자의 최대 장점이었던 하드웨어 기술력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X에 처음 적용한 M자형 디스플레이 '노치' 디자인은 시장에서 빠르게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중국 화웨이는 최근 지문인식모듈을 디스플레이 내부에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RS'를, 중국 오포는 카메라 등 부품을 서랍처럼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해 스마트폰 앞면을 완전히 화면으로 채운 '파인드X'를 선보이며 디자인 혁신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얻었다.

화웨이 메이트RS는 218만 원 안팎에 판매되며 오포 파인드X 가격은 약 130만 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접는 스마트폰이 나온다, 기술 우위 입증할 '총아' 되나

▲ 중국 오포가 선보인 새 스마트폰 '파인드X'.


화웨이와 오포가 실제 판매를 기대하기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업체로 인정받기 위해 기술력 과시를 주요 목적으로 둔 제품을 선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내놓을 접는 스마트폰도 같은 맥락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로 다시금 입지를 재확인하고 하드웨어 기술력을 시장에 증명할 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포브스는 "삼성전자는 접는 스마트폰에 최신 기술력을 집약하는 전략을 써야 할 것"이라며 "혁신적 하드웨어와 발전한 인공지능 기술 등으로 소비자들에 미래의 스마트폰이라는 인상을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삼성전자의 접는 스마트폰이 소비자들에 예상 밖의 인기를 끌고 중장기적으로 가격과 수율 등 문제도 해결된다면 실적 반등에 실제로 기여하는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포브스는 "애플에 이어 LG전자와 화웨이, ZTE 등 글로벌 스마트폰업체가 모두 접는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힘쓸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경쟁에 대응해야만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